“표몰아줄테니 돈내라”/타락한「한표」기승(선거혁명이루자 기동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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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각종 친목단체 곳곳서 손벌려/선거꾼 거액요구 협박도/일부 광역의원·대학생도 가세
14대총선이 정당·후보들의 불법·탈법사례로 초반부터 얼룩지고 있는 현상못지않게 선거꾼과 유권자들의 손벌림 추태 또한 어느때보다 극성을 부려 타락·혼탁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전문선거브로커들은 후보들의 초조한 심정을 악용해 흥정 및 협박성 제의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모임등 각종 친목단체·유사복지단체·사이비종교단체·일부 관변단체에서까지 금품·향응·관광제공을 노골적으로 요구,돈선거를 부채질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입당원서제출 조건으로 금품요구까지 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불법선거 감시에 앞장섰던 대학생들까지 일부 이에 가세,신입생환영회 행사경비를 보태달라는 등의 금품요구를 버젓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권자 타락상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관계기사 3,5,23면>
◇전문브로커 활개=서울 구로지역의 경우 각 후보 사무실에는 최근 『1백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며 3천만∼4천만원씩을 요구하는 선거브로커 2∼3개 조직이 번갈아 찾아와 『우리를 무시하면 엄청난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는등의 공갈·협박까지 하고 있다는 것.
서울의 한 민주당공천자는 『구의원이나 시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사람들이 당시 자신의 득표 현황을 들고 각 후보를 찾아다니며 수천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1차 거절하자 다음날 다시 찾아와 입당원서를 받아다 줄테니 장당 2만∼3만원을 달라고 흥정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브로커들은 『안주면 다른 후보에게로 가겠다』고 협박,많은 후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품을 뜯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패거리의 행패가 두려워 신고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후보사무실에선 같은 대구 모지역에서는 입당원서를 20∼50장씩 받아오면서 10만원씩의 교통비를 요구하는 자칭 「자원봉사자」도 나타나고 있다.
◇종교단체=지난달 29일 대전 동갑·대덕구 민자당사무실에는 신도안에서 옮겨온 사이비종교단체에서 명단을 들고와 『신도모임을 가질 예정이니 지원해달라』고 했고 지난달 27일에는 민자당의 대전서·동갑 지구당에 모신흥종교측 인사가 종교행사 참석의 행사비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돈액수는 30만∼50만원으로 대부분 관광용이라는게 지구당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학생단체=지난 1일 민주당의 대전 동갑 사무실에 H대 모학과 대표가 찾아와 이번주에 가질 신입생환영 축하파티를 위한 찬조금을 요구했고 지난달 28일에는 H대와 D대 대학서클에서 민자당의 대전 동을·대덕구 지구당에 행사경비 및 유인물제작비용의 일부지원을 요청했다.
◇관변·사회단체=새마을부녀회등 관변단체 임원을 지낸 사람들이 대전 동갑·동을 민자당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왜 나를 찾아주지 않느냐』고 금품을 요구했고 대전 동갑 민주당사무실에는 선거구내 경로당·부인계모임 등에서 2월 중순이후 6∼7차례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밖에 장애자·복지단체 이름의 유사단체에서도 최근 각 지구당을 돌며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게 지구당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반유권자들의 손벌림=공천섭 민자당 이리지역구 위원장은 『최근 금품·식사제공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전화요구가 하루 10여차례 걸려오고 있다』면서 ▲입당할 사람이 많은데 1인당 얼마씩 주겠느냐 ▲선거운동조직이 있는데 얼마에 인수하겠느냐 ▲친목계등 주민모임에 후보가 나와 식사대접을 하지않겠느냐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강원지역의 민자당 모후보는 『모임의 연락을 받고 도착한 음식점에서 상대후보와 맞닥뜨리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지역의 민주당 모후보는 3일 『일부 광역의원까지 찾아와 민자당후보가 지역유지들을 상대로 수안보온천관광을 시켜줬는데 이번엔 당신이 내라』며 향응을 요구해 현재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자청 운동원=각 후보 사무실엔 아르바이트 운동원을 자청하는 사례도 많다.
서울 민주당 K씨는 『민자당쪽에선 일당 5만원을 준다는데 당신은 얼마를 주겠느냐』는 흥정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청 운동원들은 주로 대학생·근로자·가정주부들로 4∼5명씩 그룹을 지어 흥정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총선 기동취재반
▲수도권=장남원 이규연 홍병기 ▲강원=허남진 장충종 이철호 ▲중부권=이규진 오동명 김진 ▲호남권=최천식 조용철 오병상 ▲영남권=김주만 김두우 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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