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맥도널드 797개 전 매장에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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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들에 '노조 비상'이 걸렸다. 덩치 큰 다국적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거센 요구 앞에 잇따라 노조 설립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총공회(노조연합회)도 앞으로 외국 기업들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사 분쟁이 생기면 단체교섭은 물론 단체행동에까지 개입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앞으로 외자 도입보다 근로자 권익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외자 기업에 노조 설립 열풍=미국의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는 9일 "7월 말까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지역에 있는 각 체인점에 노조를 설립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총공회 측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모두 797개의 맥도널드 체인점이 있으며 광저우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선 지난해 노조가 설립됐다.

총공회 소속 광저우 지역 노조 간부들은 현재 광둥성에 진출한 KFC.피자헛 간부들과 노조 설립 문제를 논의 중이며, 협상 내용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적으로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던 미국의 월마트가 중국 내 근로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60개 매장에서 모두 노조를 설립했다. 또 네슬레와 영국의 가구 전문업체인 B&Q PLC도 노조 설립을 허용했다.

7일에는 선전의 최대 항구인 옌톈(鹽田)항 컨테이너 기중기 운전인력 800여 명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틀간 파업을 벌여 사측으로부터 6월까지 노조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 근로기준 적용도 강화=이에 앞서 지난달 말 광둥성 당국은 맥도널드와 KFC.피자헛 등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대해 아르바이트 직원 임금 착취 혐의로 조사를 했다. 현지 외자 기업들은 이를 중국 당국이 노동법을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 당국은 "조사 결과 맥도널드 아르바이트 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4위안(486원), KFC는 4.7위안, 피자헛은 5.8위안으로 최저임금 이하였다"고 밝혔다.

선전과 인접한 둥관(東莞) 지역도 큰 차이가 없었다. 광둥성은 비정규직 직원의 최저임금 기준을 광저우 등 일급 지역에선 시간당 7.5위안, 둥관.주하이(珠海) 등 2급지에선 6.6위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광둥성 노동사회보장국 장샹(張祥) 대변인은 "현재 다양한 불법행위의 증거를 확인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업체를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맥도널드와 KFC 측은 중국 근로기준법에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경우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시간당 7.5위안의 최저임금은 이달부터 발효된 새로운 법규에 따른 것이며, 이전에는 이보다 낮아 최저임금 기준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총공회 국제담당 리젠밍 국장은 "외자 기업들이 노조 설립에 특히 부정적이며 거부감이 크다. 앞으로 총공회 차원에서 외자 기업들의 근로자 부당대우 등을 집중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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