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평균 62억원 … 미 CEO 거액 연봉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한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액 보수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일반 노동자 임금은 물론 주식 배당금 및 기업 이윤 증가와도 비할 수 없는 속도로 CEO들의 수입이 치솟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자를 많이 본 기업의 CEO에게까지 엄청난 보수를 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미 35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CEO들의 지난해 평균 연소득은 654만 달러(62억원)였다고 9일 보도했다. 전년보다 8.9% 늘어난 규모다. 이 중 최고 소득을 올린 CEO는 골드먼 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으로 5480만 달러(520억원)다.

미 대기업 CEO들과 일반 근로자 간의 소득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1982년 CEO들의 연소득은 근로자 평균 수입의 42배였다. 그랬던 게 2003년에는 300배로 뛰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3년간 기업 이윤이 128% 상승한 가운데 CEO 소득은 313% 늘었다. 반면 근로자 평균소득은 49% 증가했다. 이동안의 물가상승률은 41%였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근로자 소득은 거의 오르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백억 달러 이상 적자를 낸 기업의 CEO에게도 엄청난 보수를 지급, 근로자들과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초 보잉사에서 영입된 앨런 멀럴리 포드CEO에게 지난해 말까지 3910만 달러가 지급된 사실이 이달 초 밝혀졌다. 지난해 127억 달러의 손해를 낸 포드는 대폭적인 감원과 공장폐쇄 등을 단행하고 있다.

물론 CEO들에게 엄청난 보수를 주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CEO 능력에 의해 기업 운명이 결정되므로 돈을 아끼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데리고 와야한다는 사고가 미국 재계에는 확산돼 있다. 적자 기업의 경우 더 많은 돈을 주지 않으면 실력있는 경영자를 데려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CEO 및 회사 임원들과 이들의 연봉.보너스 수준을 결정하는 컨설팅 회사 간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이들의 보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WSJ는 9일 '임원 보수에 대한 신뢰회복 방법 10가지'라는 특집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WSJ는 ▶보수결정 컨설팅과 임원들과의 유착단절▶다른 회사 CEO와의 단순 비교 금지▶해고시 보상금 지급 규정 완화 등의 방법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