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3집 앨범으로 돌아온 펑크록 아이콘 에이브릴 라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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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0대의 예민한 감수성을 파고드는 가사와 거침없는 창법으로 '펑크록의 아이콘'으로 군림해 온 에이브릴 라빈(23).

지난해 펑크록 밴드 '섬 41(Sum 41)'의 보컬 데릭 위블리와 결혼하며 '록의 프린세스'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그가

3집 앨범 '더 베스트 댐 싱(The Best Damn Thing)'으로 돌아왔다. 3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이다.

결혼이라는 변수는 그의 음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친 것 같지 않다. '다른 아티스트는 몰라도 라빈은 결혼해도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는 데뷔 때 못지 않은 경쾌하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이번 앨범을 가득 채웠다.

더욱 자신감 넘치는 보컬과 성숙해진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과시하며 '록의 여왕'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앨범 이름처럼 현재 '가장 최고의 일'은 무엇인가.

"이 음반을 발매하는 일이다. 새 앨범으로 팬과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된다. 오래전부터 신나고 밝은 앨범을 만들겠다고 생각해 왔다. 결혼 이후 5개월 정도 스튜디오에서 앨범 제작에 몰두했다. 편안한 휴식 같은 시간이었고, 결과적으로 신선하고 밝은 사운드를 담을 수 있었다. 강한 멜로디 라인의 '걸프렌드(Girlfriend)'는 무대에서 머리를 흔들며 신나게 노래하는 내 모습과 잘 어울린다. 예전 노래들과 다른 느낌의 곡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아이 캔 두 베터(I Can Do Better)'다."

-예전 앨범과 어떻게 다른가.

"과거의 앨범 두 장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일기장 같았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주제를 담았으며, 예전처럼 진지하고 심각하지도 않다. 상당히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외모 또한 예전과 다른 분위기다.

"나는 더 이상 어둡고 우울한 10대가 아니다. 경험을 쌓아 가며 더 원숙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인생의 밝은 시기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10대는 방황의 시기다. 그런 혼란의 시기를 거쳐 맞이한 20대는 훨씬 안정되고 여유 있는 것 같다."

-결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매우 행복하다. 집안일은 하지 않지만 집에 있을 때 가끔 요리를 즐겨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일찍 결혼한 것 등 내가 모든 것을 너무 빠르게 겪고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척 많고, 무엇보다 마돈나처럼 뮤지션으로서 오랜 커리어를 쌓고 싶다."

-이번에 남편이 도움을 줬나.

"데릭은 이번 앨범에서 기타를 연주했고, 두 곡을 프로듀싱했다. 남편도 좋은 앨범이라며 만족스러워한다."

-애니메이션 '헷지'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고, 판타지 영화 '에라곤'의 주제가를 부르는 등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작은 역할부터 했는데, 일을 해 볼수록 점점 영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게 됐다. 연기도 퍼포먼스의 일부다. 연극 무대에 섰던 경험도 있다. 앞으로 연기 경력도 쌓아 가고 싶다. 특정 장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진지하지 않은 드라마에 참여하고 싶다."

-파파라치 때문에 괴롭겠다. 지난해 파파라치와 실랑이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평소 야구모자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노출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한 번은 파파라치가 타고 있던 차량 5대가 쫓아온 적이 있었는데, 너무 무섭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평할 수는 없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에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을 세 번 방문했다. 특별한 기억이 있나.

"어떤 팬이 선물한 토끼를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토끼가 행운의 상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의 공연 모두 훌륭했다. 많은 투어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공연장에서 만난 해외 팬이 더 열성적인 것 같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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