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개국] 나갔던 업체들 돌아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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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미 FTA 혜택을 받는 제품은 원칙적으로 양국에서 생산된 것이다. 따라서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은 한.미 FTA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해외로 빠져나간 봉제공장들이 무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국내로 돌아올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은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의류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노브랜드 김기홍 사장은 "한.미 FTA가 발효돼도 국내로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관세 철폐로 얻게 될 이익보다 한국의 인건비 부담이 더 클 듯하다"고 덧붙였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의류.봉제 산업은 생산원가를 낮추는 게 핵심이며 결국은 인건비 싸움"이라며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봉제 기술자 한 달 인건비가 한국 100~150만원, 인도네시아 10~15만원, 개성공단 5만원대"라며 "무관세 혜택이 이 정도 인건비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업계 관계자들은 대신 개성공단에 큰 관심을 보였다. 노브랜드 김 사장은 "개성공단 또는 북한 다른 지역으로는 옮길 의사가 있다"고 했다. 여성 의류 수출업체인 에프티엔 안용상 차장은 "북한은 값싼 노동력과 언어가 통하는 장점이 있다"며 "봉제산업이 중국에서도 밀려나는 추세인데다 동남아는 반덤핑 제소 우려 등이 있어 개성공단 입주를 고려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체결로 국내 봉제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바이어의 주문량이 늘어나면 업체들이 공장을 풀 가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섬유산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면과 모 방적시설은 1998년 4700개에서 2004년 2200개로 절반 이상 줄었고, 88년 18만대였던 면.모.화섬 직기는 2004년 5만대로 줄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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