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버냉키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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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버냉키노믹스

장보형 편저, 유비온,
512쪽, 2만4000원

그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인다. 각국의 중앙은행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일 수 없다. 2006년 2월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벤 버냉키는 세계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지 1년여, 버냉키의 경제전략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대략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시점이 왔다. 이른바 '버냉키노믹스'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연구하는 건 오늘날 경제활동과 밀접히 관련돼 있는 이들에게는 필수다. 연준은 미국만의 연준이 아니라 '글로벌 헤게모니'를 기반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지은이는 뛰어난 경제학자였던 버냉키의 행로를 탐색한다. 버냉키는 2000년 '대공황 연구'를 내면서 스스로를 '대공황 매니어'라고 불렀다. 공교롭게도 그는 과거 연준의 실책이 미국의 대공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연구 결과를 냈었다. 버냉키는 대공황의 교훈을 통해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인 '물가 안정'은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디플레이션도 관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다. 책의 2부에서는 연준 이사 시절부터 최근까지 있었던 버냉키의 주요 강연을 중심으로 그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검한다. 이를 통해 금리 조정시에는 언제나 더디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진주의', 초단기 금리가 아닌 장기 금리를 좌우하는 '미래 기대변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기대관리' 등의 버냉키 철학을 끌어낸다. 그린스펀이 '균형 잡힌 비밀주의'를 고수했다면 버냉키는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명시주의'로 이행하고 있다고도 평가한다.

재테크가 인간의 주요 능력으로 떠오르는 요즘, 세계시장이 왜 그의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지 궁금했던 투자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내용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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