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3000원 → 2500원 → 2200원 … 협상의 공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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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협상의 기술
짐 토머스 지음
이현우 옮김, 세종서적
340쪽, 1만4000원

사실 요즘만큼 '협상'이란 단어에 솔깃한 때가 있었을까. 협상이 피말리는 전투요, 반전과 카타르시스가 이어지는 드라마란 사실을 한.미 FTA협상과정에서 절절히 깨달았으니, 그 기술이란 게 한결 궁금해진다.

지은이는 1987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보좌해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과의 '중거리 핵전력협정'체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던 협상전문가다. 현재 IBM.켈로그.3M.캐논 등 수많은 기업들의 협상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알려주는 협상의 첫째 원칙은 다소 의외다. 바로 "상대방의 체면을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 역사상 '체면 세워주기'에 실패해 비극을 부른 협상의 예는 많다. 세계 제1차대전 이후 승전국들이 독일과 맺은 베르사유 조약이 그 대표격이란다. 독일을 무장해제시키고 영토를 압류하고 막대한 배상금을 물리게 한 결과, 히틀러를 독일 역사상 가장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지도자로 세웠고 끝내 제2차대전을 불렀다.

그렇다면 상대의 체면은 어떻게 살려주나. 그 답은 '양보'다. 높게 시작해서 슬쩍 물러나는 전략이다. 양보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파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내 희망 판매가는 2000원. 일단 처음엔 3000원을 불렀다. 값을 내리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①3000원→3000원→3000원→3000원→2000원 ②3000원→2750원→2500원→2250원→2000원 ③3000원→2980원→2850원→2650원→2000원 ④3000원→2500원→2200원→2050원→2000원 중 정답은? 바로 ④번이다. ①처럼 갑자기 확 떨어뜨리면 상대는 또 한번의 큰 양보를 기다릴테고, ②처럼 같은 폭의 양보가 계속되면 계속 압박당할 확률이 크다. 또 ③에서 보듯 양보의 폭이 점점 커지면 상대방의 기대치 역시 점점 커지는 게 인지상정. ④의 '결코 이전 것보다 더 큰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성공 협상의 비법이다.

이 외에도 실전 기술은 많다. ▶상대방의 첫 제안은 절대 받아들이지 마라 ▶여러 쟁점을 하나하나 결론내지 말고 마지막에 하나의 패키지로 매듭지어라 ▶마지막 순간에는 덤을 요구하라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당당하게 대하라 등. 또 우리 삶에서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만 빼면 모든 게 다 협상 대상이라니, 당장 오늘부터 써먹을 기술이 그득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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