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 수사에 밝아 증거확보 고심/국과수 뇌물의혹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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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설감정인들 검찰에선 폭로내용 번복/이세용씨 녹음테이프 내보이며 결백주장/김실장 구속되면 관련재판에 혼란우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정감정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은 15일 결정적인 뇌물혐의를 잡지못한채 국과수 김형영 문서분석실장을 16일 소환 구속키로 해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검찰관계자는 『뇌물사건의 경우 수표추적등 사전내사가 충분히 진행됐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내사없이 수사가 바로 시작된데다 당사자들이 수사를 잘 아는 업무를 맡고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증거를 남기지 않아 애를먹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과수 문서감정의 간판격인 김실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될 경우 모든 국과수 감정에 대한 공신력이 실추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수사·재판 등에서 사건마다 다툼이 벌어짐과 함께 과거사건의 감정시비가 일 것으로 보여 사회적인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11일 수사착수때 국과수 감정인들에게 부정감정을 대가로 건당 5백만원씩을 주었다는 사설감정인 신찬석씨 등의 폭로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당초 국과수 문서분석실장 김형영씨를 쉽게 소환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감정인들이 막상 검찰에서는 자신들의 폭로내용을 번복,수사가 벽에 부닥치자 한때 난감한 표정.
검찰의 한 수사간부는 15일 『사설감정인 신찬석·이송운·이인환씨 등 3명중 두이씨 부분에서만 김실장의 혐의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으나 이들은 조사 첫날부터 김실장과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따라서 김실장의 수뢰여부는 순전히 검찰의 자체수사력으로 밝힐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
이 간부는 또 수사결과 김실장의 허위감정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국과수 직원들이 돈을 받고 허위감정을 했다고 주장한 사설감정인들도 어떤 형태로든 처벌하는 것이 국민들의 법감정에 맞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검찰은 국과수 김형영씨에 대한 집중수사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90년 전주로 출장감정 한뒤 사설감정인 신찬석씨로부터 출장비 성격으로 받은 35만원과 같은 뇌물로 단정하기에는 모호한 성격의 돈밖에 나오지 않을 경우 김씨에 대한 사법처리의 수준을 놓고 고민.
검찰의 한 관계자는 판례상 공무원이 받은 돈은 대부분 뇌물로 인정되기는 하지만 허위 또는 편파감정의 대가가 아닌 단순히 인사치레로 20만∼30만원씩 받은 것을 모아 1백만∼2백만원 정도로 김씨를 구속하는 것은 가혹할뿐 아니라 이번 사건의 전체적 흐름과도 맞지않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
○…사설감정인 이송운씨에게 감정료로 8백만원을 주었다고 제보한 대전의 건설업자 이세용씨의 소환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14일 밤12시쯤에 급작스럽게 이루어지자 수사가 급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
이씨는 그러나 검찰에 출두하며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서도 시종 여유있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주기도.
이씨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반대파인 조병길씨(47) 등이 만들어낸 계략』이라고 결백을 주장.
○…이세용씨는 검찰에 출두하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녹음테이프 5개를 가지고 나와 눈길.
이 테이프는 90년 10월 위증죄로 수감중인 조병길씨를 면회했을 당시 조씨가 『일당과 짜고 이씨를 구속시킨 사실을 고백했다』는 내용이라는 것.
검찰은 이 테이프가 과연 신빙성이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면서도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김석기·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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