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도난→국과수사건“우연의 일치냐”/자살 조과장 동생이 의혹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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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녹음기 들고다니며 관계자 만나… MBC에 제보도
부천 시험지도난사건·국립과학수사연구소 허위감정 의혹사건에 공교롭게도 동일인물이 등장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의문의 자살을 한 조병술 전서울신학대경비과장의 동생으로 한동안 시험지 도난사건 용의자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조병길씨(46). 조씨는 잇따라 터진 두 사건을 전후한 불투명한 행적으로 검·경의 추적수사를 받아온 인물이다. 때문에 양대 사건이 현재로서는 전혀 성격이 다른 점에도 불구,『조씨를 연결고리로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약적인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부천서는 조씨가 ▲평소 고급승용차를 타고 서울신학대로 형을 자주 찾아왔고 ▲경비원 정계택씨와는 잘 아는 사이였으며 ▲지난 연말부터 사건직전까지 23차례에 걸쳐 형과 통화했던 사실 ▲전과가 33범이나 된다는 점등에 비춰 범행관련 가능성여부를 밝히기위해 조씨가 살고있는 대전으로 형사대를 보내 조사해왔다.
그러던중 경찰은 한국 인영필적감정원장 이송운씨(67)로부터 지난 7일 『조씨가 시험지도난사건 직전 3백만원의 고액수표를 가지고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한때 이것이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며 긴장했었다. 『조씨가 사건발생 이틀전인 1월18일 자신의 도장과 「대전시 동구 가양2동」이란 글씨 감정서를 갖고와 자기의 글씨·도장이 아니라는 감정을 해달라며 수표 3백만원을 줬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 수표에 대해 추적중이던 9일 국과수 허위감정 의혹사건이 보도됐고 공교롭게도 조씨가 문화방송에 허위감정부분을 제보,이같은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케한 장본인임이 밝혀졌다.
경찰조사결과 조씨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이창렬씨 사건이 법정에서 현금보관증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자 직접 녹음기를 휴대,자신이 평소 감정을 의뢰하곤했던 사설감정인들을 찾아다니며 이같은 의혹 등을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한국 인영필적감정원장 이씨는 물론 전중앙인영필적감정원장 신찬석씨(67)까지 직접 만나 감정을 의뢰하는체하며 국과수 관련여부를 캤다는 것이다.
경찰은 조씨가 구속된 이창렬씨와는 잘 아는 사이로 이씨를 고소한 건설업자 이세용씨(45)와는 그동안 송사를 거듭해오며 7년여째 대립적인 관계에 있어 이씨와 국과수를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이같은 「폭로」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씨가 이창렬씨 재판에서 현금보관증이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재판결과를 유리하게 이끌기위해 증거로 채택될 국과수 감정결과가 허위라는 사실을 밝히려 이모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설감정업자들을 함정의뢰방식으로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조씨는 이씨에 의해 사기혐의로 고소당해 징역을 살다 최근 출소했고,추적결과 조씨가 감정료로 건네준 수표의 발행인은 이창렬씨와 함께 구속된 한치준씨(40)의 동생으로 밝혀져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수사당국은 조씨가 사건직전인 18,19,20일사이 문서감정인들을 만나러 돌아다닌 알리바이와 『이창렬씨 재판에 온정신을 쏟느라 다른 것은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는 진술등으로 미뤄 일단 시험지 도난사건과는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도 이상하리만큼 두 사건의 진행이 서로 비슷한 시기에 겹치고 있는 점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조씨는 이에 대해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이창렬씨사건에 나도 피해자로 연루돼있어 그동안 사실을 밝히기위해 뛰어다닌 것이며 이세용씨도 시험지 도난사건에 내가 수상하다고 계속 제보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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