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작가 앨릭스 헤일리사망/흑인노예가계추적 자전소설로 퓰리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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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흑인노예출신 일가의 내력을 추적한 자전적 소설 『뿌리』의 저자 앨릭스 헤일리가 미서부지역 강연여행 도중 급환으로 워싱턴주 시애틀의 스위디시 메디컬센터에 입원한지 하루만인 10일 사망했다. 71세.
헤일리는 65년부터 12년간의 끈질긴 사실확인과 정교한 구성으로 서아프리카 감비아출신인 자신의 모계측 6대의 내력을 상세히 추적,76년 『뿌리』를 완성해,미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듬해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받으면서 한국어를 비롯,37개국어로 번역·출판되기도 했다.
한편 『뿌리』는 12시간짜리 미니시리즈로도 방송돼 미 TV방송사상 최고의 인기를 끌었으며,특히 마지막 상영분은 미국인의 절반가까운 1억명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헤일리는 1921년 뉴욕주 이타카에서 출생,30년대말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엘리자베스 사범대를 다니다 중퇴,39년 해안경비대에 입대했다. 그는 20년간 군대 취사장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잡지 등에 기고하는등 필력을 키웠다.
그는 37세때 전역한후 다이제스트·플레이보이지등 각종잡지의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에 입문,60년대초 그의 또다른 걸작으로 꼽히는 『맬콤 엑스(X)의 자서전』을 집필했다.
흑인회교지도자로서 특이한 인생역정을 가진 『맬콤엑스의 자서전』은 주인공 자신이 65년에 암살된 이후 출간돼 7백만부나 팔렸다.
『뿌리』의 인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작품표절시비와 함께 흑인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대체로 헤일리는 「문명의 격류속에서 잊혀지기 쉬운 혈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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