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FTA효과를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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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각차가 우리 증시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개인과 기관 등 국내 투자자들은 FTA 체결 효과에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낙관론이 대세다.한.미 FTA가 우리 경제와 증시에 원군이 되줄 것이란 것이란 관측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투자자들 순매수 추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지난 2일 FTA가 최종 타결되자 외국인들은 3800여억원을 순매수했다.

시간이 갈수록 매수 규모도 늘고 있다.이 덕에 4일 서울 증시는 시가총액 '800조 시대(810조2167억원)'를 열었다.또 코스피 지수가 한 번도 다가선 적이 없는 15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에 반해 국내 기관 투자가들은 FTA 타결 이후 4300여억원을 순매도했다.최근 열흘간 따져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행태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기간 외국인들은 75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1조57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특히 외국인들은 10일 중 7일을 사자에 나섰지만 기관들은 단하루만 빼고 줄곳 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외국인과 기관들의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FTA 체결에 따른 훈풍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매수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반면 국내 기관들은 단기간에 급등한데 따른 조정이 되풀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차익 실현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향후 증시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기관들도 전략을 확 바꿀 수 있다.상승 랠리가 예상보다 강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펀드자금을 앞세운 '실탄'공급에 나설 수 있다.변수는 미국 경기와 정보기술(IT)업종의 움직임이다.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안정을 찾고 IT업종의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확인되면 기관들도 본격 매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2분기 실적 발표도 기관의 움직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어느때보다 외국인과 기관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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