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존' 놓고 한판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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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 지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상하이(上海)시와 톈진(天津)시의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현재의 경제 실력만 놓고 보면 상하이가 다소 앞서 있지만 톈진의 추격세가 매섭다.

특히 최근 두 도시의 새로운 사령탑에 오른 시진핑(習近平.54)과 장가오리(張高麗.61) 당서기는 상하이 푸둥(浦東)과 톈진의 신흥 대형 경제 개발지역인 빈하이(濱海) 특구를 각각 찾아가 경쟁하듯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 검증된 선장 동시 취임=지난달 24일과 25일 시진핑과 장가오리는 비리에 연루돼 물러난 천량위(陳良宇)와 고령으로 퇴진하는 장리창(張立昌)의 후임이 됐다.

시 서기는 중국 최고 명문 칭화(淸華)대에서 화공학을 전공하고 법학 박사 학위를 땄으며 당 원로인 시중쉰(習仲勛)의 아들이어서 태자당(太子黨)이다. 장 서기는 샤먼(廈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경제통으로 행정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두 직할시의 수장이 동시에 교체된 배경에 대해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적인 두 도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당이 함께 인사를 발표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돌았다.

실제로 시진핑과 장가오리는 중국의 대표적 경제 특구인 푸젠(福建)성 샤먼시와 광둥(廣東)성 선전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도시를 경영하면서 이들은 경제 감각은 물론 행정 능력까지 검증받았다. 두 사람은 경제 규모가 더 큰 저장(浙江)성과 산둥(山東)성 당서기직도 거쳤다.

◆ 중국 경제 지존 놓고 한판=1980년대의 광둥에 이어 90년대 이후엔 창장(長江) 삼각주를 배경으로 한 상하이가 중국 경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2003년 지역 균형 성장을 내세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성장론을 강조한 상하이 출신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물러나면서 상하이는 답보 상태라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톈진 출신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의 파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톈진은 보하이(渤海)경제권의 중심 도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의 영광을 재현하고 톈진의 성장세를 일으킬 인물로 시진핑과 장가오리가 각각 선정된 것이다.

두 사람은 취임 직후 경제특구로 곧장 달려갔다. 장 서기는 지난달 29일 "빈하이 특구의 개혁.개방을 가속화하라"고 촉구했다. 이틀 뒤 시 서기는 푸둥 지역을 시찰한 자리에서 "상하이가 개혁.개방을 선두에서 이끄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서기는 상하이에서 발생한 부패와 부작용을 점검하면서 새로운 도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장 서기는 2010년까지 빈하이 특구에만 5000억 위안(약 60조원)을 투자해 톈진을 제2의 금융 허브로 육성할 예정이다. 새 인물을 발탁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경제 활력을 북돋우겠다는 베이징의 포석이 먹혀들지 주목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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