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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모노출·집단섹스…'그러나 15세 관람가!'

중앙일보

입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향수'(감독 톰 튀크베어).

인간의 탐욕과 고뇌를 탁월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충격적인 내용만큼 영화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이 모아졌다.

신예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등이 열연을 펼친 '향수'는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소설의 상상력을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천부적인 후각을 가진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를 주인공으로 한다. 악취로 가득한 18세기 프랑스의 생선시장 뒷골목에서 태어난 그루누이. 그는 어느 날 한물간 향수업자와 만나게 되고, 향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체취가 없는 그. 그루누이는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13명의 여성을 살해한다. 천재의 광기가 저지르는 이 엽기적인 살인 행각은 충격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그가 죽은 여성들의 체취를 향수로 만드는 과정도 꽤 리얼하게 표현됐다. 여성의 시체를 두고 옷을 벗긴 후, 코를 벌름거리며 구석구석 냄새를 맡는 그루누이의 모습은 관객들을 압도한다. 향수를 뽑아내기 위해 시체를 기계에 넣고 끓이는 장면 또한 객석을 놀라게 한다.

특히 이 영화는 국내 개봉과 동시에 과감한 집단 섹스신과 노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된 그루누이.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군중들은 그의 사형을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러나 그루누이가 향수를 열어 보이자, 군중들은 그를 천사로 받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군중들 모두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정사를 나눈다. 젊은 남자와 여자는 물론, 신부와 수녀, 노인, 병든 부랑자, 가릴 것 없이 모두 사랑에 빠져든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음모가 노출되는 등, '18세 관람가'로 상영하기에도 힘들었던 장면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그러나 영화등급위원회는 이 영화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내렸다. 이를 선정적이지 않은, 예술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입사 관계자들조차 영등위의 이러한 결정에 놀랐다는 후문.

15세 관람가를 받아서 일까?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속 그루누이의 향수가 등급심사위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올 정도다.

이미 최강희, 박용우 주연 영화 '달콤, 살벌한 여인'의 경우,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여성의 노출 수위나 연쇄 살인의 정도는 오히려 '향수'가 더 강하다는 평.

그러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원작의 충격적인 결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연출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향수'는 비록 소설이 가진 거대한 상상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감각적인 영상을 통해 원작이 지닌 섬뜩한 향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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