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차원 공동연구부터 펼치자|한-일 기술이전에 관한 제언|한응교<한양대공대 명예교수·정밀기계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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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과 일본사이의 무역역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오래 전부터 기술이전문제가 일본총리가 올 때마다, 또한 우리대통령·정부각료가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매우 중요한 과제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이전 받아 실질적으로 소 화해 낸 기술이라는 것은 극히 적었을 뿐만 아니라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한일간의 기술수준과 무역적자의 폭은 더욱 넓어져만 갔던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현 기술이 전 체계에 큰 공백과 문제점이 내재하고 있음을 간접 시사해 주고 있다. 지난번 미야자와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다시 대두되고 있는 이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서 이번만큼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행정 당국은 몇 가지 문제를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보고, 오랜 유학생활과 일본 산업체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몇 가지 생각들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어느 수준의 무엇을 우리가 습득하겠다」라고 하는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 있어 첨단기술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할 때 그들이 그와 같이 중요한 기술을 공개적으로 선뜻 내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민간을 중심으로 공동연구라는 인적 협력을 통해 교량적 관계로부터 기술이전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그들에게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그들의 기술 이전을 소 화해 낼 수 있는 우리의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제공해 주는 기술을 우리가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데서 오는 비생산적이고도 비효율적인 면이 곳곳에서 노출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첨단기술을 습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본과의 격차를 줄여 나가고, 게다가 그들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기술을 효율적으로 습득하여 소 화해 낼 수 있는 준비가 매우 절실하다고 본다.
우리 연구실의 예를 들자면 최근 10년 동안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일본의 해당 분야에 공동연구형식으로 연수시켜 오랫동안의 유대를 가지고 많은 실적을 올린 바 있다.
1982년부터 정밀계측 분야의 연구를 위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시키고 약2개월간 일본의 소파 연구소에서 정밀 형상측정기 개발 연구로 가명의 석·박사를 배출시켜 성과를 올려 왔으며, 1987년부터 현재까지는 일립건기(주)의 FA(공장자동화)사업 개발부에서 산업용 로봇·초음파 현미경 및 초음파 탐 상에 관련된 연구로 실적을 올려 왔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성과는 꾸준한 학문에의 탐구정신과 철저한 준비(언어는 물론 성격 및 풍습 등의 인식)를 통해 일본 유 수의 기업으로부터 문호를 개방토록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술교육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언어교육이다. 기술 습득 연수생을 위한 조직적인 언어교육의 미비로 현재까지는 일본에 가서도 의사 소통상의 문제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중요한 부분들을 놓쳐 버린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셋째, 우리 정부는 일본정부로 하여금 효과적인 기술이전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하는데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일본의 경우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불법 취업 때문인지는 모르나 연수목적의 비자 취득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어 장기간에 걸친 기술연수는 그들이 기술을 제공해 주려고 해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차원의 기술습득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일본정부측의 배려가 뒤따라야 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측의 외교적 교섭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넷째, 경험 있는 산업계·학계의 인사들이 기술이전 현황 및 시정사항을 논의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평가 단을 구성하여야 한다. 표면적인 기술이전이 아닌 실질적인 기술습득을 위해서는 중점 육성되어야 할 분야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기술습득상의 시정사항이나 보완사항을 논의할 기술평가 단을 구성하여 이번만큼은 실리적인 한일 기술이양의 결실을 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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