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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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마시즌이 시작됐다. 경주마에는 번호 외에 반드시 이름이 있다. 쾌속도·활주로·은날 개·주행선….
사람마다 각각 다른 이름이 있듯이 경주마도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다. 마 명을 살펴보면 섬세하고 연약한 인상을 주는 것보다는 차돌·강타자 등 강인하거나 웅장한 느낌의 남성적인 것이 많은 게 특징이다.
또 경마가 순위를 다투는 경기인 만큼 스피드와 관련된 것이 많은데 진격·강속구·고속 호·광속 호 등 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만장 대·금강산·묘향산·마의 산·백마강 등 명승고적이나 산·강 이름도 친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주 등장한다. 이밖에 노래제목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육 백만 불·연안부두·뽀빠이 등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마 명은 말을 훈련시키는 조 교사들이 짓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끔 일반인들의 공모를 거쳐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말 이름이 확정돼 경주마의 호적인「마적 부」와 주민등록등본 격인「경주기록카드 에 오르기까지에는 몇 가지 기준에 합격해야 한다.
우선 여섯 자 이내의 한글이어야 하며 인명이나 저속한 단어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 등록된 마 명과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은 사용할 수 없으며 등록이 취소된 마 명은 3년이 지나야만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말 이름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는 속설이 생기면서 새로운 말이 도입되면 조 교사들은 며칠 밤을 새우는 장고 끝에 비로소 하나의 말 이름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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