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한국 여성이 바이올린 만들어 노라 존스에게 선물 준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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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정적인 멜로디가 독보적인 '그래미의 여왕' 노라 존스(사진). 올 초 전화인터뷰(1월 25일자)에서 특유의 짧고 쿨한 답변으로 기자를 당황(?)하게 했지만, 3년 전쯤 한국팬으로부터 선물 받은 바이올린 얘기를 할 때는 마치 소녀처럼 달떴었다. 그는 "정말 아름다운 바이올린"이라며 그 사람을 꼭 찾아달라고 기자에게 몇 번이나 부탁했다.

기사가 나간 뒤 그 팬이 나타났다. 부산에 사는 중년여성 김호기씨가 연락을 해왔다. 악기제조업을 하고 있는 그가 존스에게 바이올린을 선물한 이유도 각별했다.

"삶의 벼랑 끝까지 몰렸던 시기에 우연히 노라 존스의 음악을 듣게 됐죠. 그의 편안한 목소리가 큰 위안이 됐습니다. 옆에 오랜 친구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2년 정도 계속 그의 음악을 들었죠."

김씨는 '마음속의 친구'인 존스에게 직접 만든 바이올린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존스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4개월간 바이올린을 만들었어요. 분명 그 바이올린은 좋은 소리를 낼 겁니다."

그는 존스의 두 번째 앨범 수록곡 '선라이즈(Sunrise)'에 착안해 악기 표면에 태양을 새겨넣었다. 또 그 위에 존스의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미국에 가는 지인을 통해 존스의 매니지먼트 회사에 바이올린을 전달했다. 선물을 받은 존스는 답례의 e-메일을 보냈지만, 잘못된 주소 때문에 김씨에게 배달되지 못했다.

최근 음반 홍보를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존스는 바이올린을 선물한 한국 팬을 찾았다는 소식에 무척 기뻐하며 감사의 뜻을 담은 친필을 음반사 관계자를 통해 전해왔다. 존스는 "필체가 여성스러워 여자 팬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받아본 선물 중에 최고였다. 그 팬을 찾지 못했다면 정말 속상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존스는 요즘 남자친구이자 프로듀서인 리 알렉산더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그는 "선물 받은 바이올린은 쓰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며 "나중에 공연이나 앨범 작업 때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존스는 연초 인터뷰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위안을 주기 위해 음악을 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삶에 지친 사람을 달래준 그의 선율은 뜻밖의 선물로 돌아왔다.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다. 아티스트가 의도하든, 안 하든.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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