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영향 “엉터리 평가”/기준도 없이 심의위원 재량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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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평가서 제출한 사람이 심의까지/기초 교통량조차 자료베끼기도
대형 교통유발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생기는 체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교통영향평가심의가 객관적인 기준없이 전적으로 심의위원들의 재량에 맡겨져 공정성 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사업을 건축주가 아예 심의위원들이 속해있는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거나 용역업체에서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며 이같은 경향은 지방도시일 경우 더욱 심해 일부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초 교통량까지 남의 자료를 베끼는등 부실 평가가 뒤늦게 밝혀져 말썽을 빚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소 선호=중앙심의위원회를 제외한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전주 등 7개 지방심의위원회의 민간인 심의위원 51명중 39명이 교수들로 대부분 직·간접으로 5개 국·공립대의 부설연구기관등 평가용역기관에 관련돼 있다.
이 때문에 용역업체에 비해 대학연구소에 교통영향평가를 의뢰하는 비율이 매년 늘어 89년에는 전체평가건수 1백28건중 용역업체가 70.3%,대학연구소가 28.9%이던 것이,90년(전체 1백89건)에는 68.8%,29.6%로 대학연구소 용역비율이 늘어났다.
◇심의=89년의 경우 용역업체에서 평가한 것은 95건중 70.5%인 67건만 1심통과를 한 반면 연구소 평가는 32건중 87.5%(28건)가 한차례 심의만으로 심의필증을 받았고 90년에는 용역업체가 1백45건중 84.8%(1백23건)가 1심을 통과 한 반면 연구소 용역은 41건중 90.2%(37건)가 1심 통과했다.
지방심의위의 한 심의위원은 『대부분 심의위원이 관련된 평가서는 서로 부탁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까다롭게 심사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위원중에는 본인이 관여한 교통영향평가서를 다른 사람 명의로 제출하고 심의회의에까지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번은 평가서내용중 부실한 부분을 문제삼자 전화가 왔다고 밖으로 따돌린뒤 심의를 통과시킨 일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책=교통부는 올 상반기중에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을 대폭 개정,부실용역업체에 대한 제재수단과 교통영향평가에 대한 사후관리를 명문화할 방침이지만 심의위원들에 대한 사항은 법으로 규정할 성질이 아니어서 손을 못쓰고 있다.
정종환 도시교통국장은 『현재 교통개발연구원에서 교통을 수량화할수 있는 기본단위를 만들어 교통영향평가의 기본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우선 행정지도를 통해 심의위원을 사전에 정하지말고 심의때마다 선정토록해 공정한 심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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