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용정에 「선구자탑」/올 8월 제막… 항일투쟁의 혼 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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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족의 애창가곡 「선구자」의 뜻을 다시 새기고 기리기 위한 「선구자 탑」이 중국 길림성 연변 용정 비암산 정상에 세워진 사실이 25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됐다.
최근 남북화해와 한중간 국교수립 분위기속에 올 8월 제막식을 갖기에 앞서 연변 탑건립추진위원이 한국측 대표로 참여했던 이해승씨(69·부산 정하통상회장·부산시 구서1동 563의 91)에게 관련사진들을 갖고와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용정시내에서 3㎞가량 떨어진 비암산의 정상은 용정시가지와 해란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의 대리석과 검은색 대리석으로 높이 15m 규모로 세워진 이 탑은 일제하 북간도(연변의 옛이름) 조선민족의 슬픔과 독립의지를 담은 가곡 선구자 주인공의 혼을 달래고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선구자! 당신들은 한 평생을 개척과 항쟁에 바치셨습니다. 그 억센 투지,그 피 흘린 기록이 너무 빛난 것이기에 당신들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돌을 깎아 여기 탑을 세우고 길이 기념하고자 합니다」 탑기관부 앞면에 세겨진 글이다. 이 글은 이해승씨가 쓴 것.
탑건립에 앞장선 사람들은 현재 용정시장인 최봉연씨,연변대학장 박규찬씨 등 연변측 인사와 부산의 이해승씨 등.
해방후 부산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89년 5월 정년퇴직한 이씨가 문호개방바람이 일던 중국의 고향땅 용정을 방문,용정고등학교 동창인 최시장과 박학장 등을 만나 연변 동포사회에서조차 까마득하게 잊혀져 버린 옛용정 조선선열들의 항일 투쟁상을 하나씩 추적하면서부터 탑 건립의 꿈이 잉태됐다.
1919년 3월13일 국내 3·1독립운동 소식을 뒤늦게 듣고 용정소학교 뒤편 빈터에 모여 독립만세를 부르다 총살당한 19의인의 유해가 묻힌 3·13 만세릉을 90년 5월 용정고 동창들과 함께 발굴,정화사업을 끝낸 이씨는 가곡 「용정의 노래」 무대인 용정 비암산 일대 정화사업의 하나로 선구자 탑 건립계획을 세웠던 것.
91년 1월 선구자 탑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이씨·최시장·박학장 등은 1935년대 북한 김일성 공산당빨찌산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연변에 북한공산당의 전적비 건립조차 허용하지 않던 중국정부를 끈질기게 설득,용정에 선구자 탑 건립을 허락받아 건립추진위원들의 학교동창·학도병 전우였던 국내 정계·재계인사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송금한 기금으로 계획을 실현한 것이다.<부산=김관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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