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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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가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지난 주말 출입기자와 가진 워크숍에서 "수준별 학습이나 고교 간 차등 학습 등 학생의 역량에 따른 눈높이 교육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런 눈높이 교육을 시킬 수 없어 공교육이 붕괴됐다"고 현 입시제도를 비판했다.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대 입학 정책의 입안과 실무를 총괄한다. 김 본부장은 "대학 자율화를 위해 3불(3不,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 같은 규제는 궁극적으로 없애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대안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제안했다. 그는 "미국처럼 (등급이)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의 1등은 달리 평가돼야 한다"며 "이와함께 좋지 않은 환경에서 열심히 한 학생은 당장 점수가 낮아도 환경이 좋아지면 훌륭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될 경우 3불정책 중 고교등급제 금지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서울대는 올 입시에서 입학관리본부의 전문위원들을 입학사정관으로 임명해 입학생의 성적.특성과 교육 환경 등을 분석한 뒤 전면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올 입학사정관제는 시범 실시되기 때문에 이번 입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수능 1~2점이 입학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미국에선 활발=미국 버클리대에는 60여 명의 입학사정관이 상시 활동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직접 국내외 현장을 다니며 각 기관에서 제시하는 고교등급, 해당 학교에서 제출하는 자료 등의 신빙성을 점검한다. 이어 입수한 자료와 내부 토론,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자들을 선발한다. 학생의 학업능력뿐 아니라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얼마나 활용했는지도 관심사다.

버클리나 스탠퍼드대는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SAT 점수 차이가 60점 이내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점수가 비례할 수 있고, 문제 유형에 익숙한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학들은 '센터시험'(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국가고사)과 대학별 고사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미국식 '추천입학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미션스쿨 등 교육이념이 같은 학교, 게이오(慶應)고 출신이 게이오대로 진학하는 식의 내부 추천제 외에 대학이 고교별 추천 인원수를 정하는 '지정교 추천제'도 있다.

중국도 대학입학에 '통일시험'(국가고사) 점수가 필수다. 그러나 칭화(淸華)대의 경우 1박2일간의 합숙시험(본고사와 면접)에서 얻은 가산점이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등 대학의 재량권이 인정된다.

권근영 기자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 제도= 미국의 대부분 대학에서 운용한다. 입시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인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의 학업성취도, 출신 고교, 가정 환경 등을 종합 분석해 각 대학의 교육 목적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권한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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