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실적 부풀리기(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안양파라뇨,전 그런이름 들어본 적도 그런조직 만든 적도 없는데요.』
19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형사계.
결혼식장에서 30만원이 든 축의금 봉투를 훔친 혐의로 보호실에 들어와있던 김갑석씨(40·무직·경기도 안양시 관양동)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18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K예식장 4층에서 축의금을 「슬쩍」하려다 잠복근무중이던 경찰에게 그자리에서 붙잡혔다.
그러나 경찰조사가 끝난후 만들어진 보고서에서 김씨는 「안양파」의 조직책으로,공범 박모·한모씨와 함께 30여차례에 걸쳐 1천5백만원의 축의금을 훔친 상습절도범으로 돼있었던 것.
『날씨가 추워 잠시 결혼식장에 들어갔다가 돈욕심에 봉투에 손을 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이 처음인데다 박씨등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보호실에 멀뚱멀뚱 앉아있다가 기자가 1천5백만원의 행방을 묻자 김씨는 펄쩍뛰었다.
김씨는 14세때부터 습관이 된 손버릇 때문에 교도소도 수차례 다녀왔지만 식당에서 일하는 부인(39)의 도움으로 이제 자가용을 한대 구입,밤마다 자가용 영업과 호텔에서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해 왔다고 주장했다.
검거실적을 포장하기 위해 수사선상에 있는 용의자들을 「얘기가 되도록」묶어 계파를 만들고 조직책과 행동대원을 만들고….
굳이 이솝의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이야기를 거론하지 않아도 이 사건의 경우는 없는 조직을 만들어 자신들이 수사실적을 과대포장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것은 오히려 경찰의 명예를 손상시키는게 될 것이다.<정형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