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접촉' 처리 이중잣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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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안희정씨와 북측 인사 간의 지난해 10월 비밀 접촉을 주선한 대북사업가 권오홍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권씨가 지난해 12월 평양을 방문하면서 정부의 방북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북측 인사와 만난 안씨에 대해서는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 적용에 있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권씨가 지난해 12월 12일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과 함께 방북하면서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며 밀입북 행위"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승인 절차를 밟았지만 권씨는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권씨가 2001년 대북 경협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구속수사를 받았던 전력도 감안됐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권씨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안씨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안씨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교류협력법에 저촉돼도 처벌이 아니고 경고나 주의 정도"라고 말했다.

교류협력법에는 접촉신고 위반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규정돼 있다. 형벌적 성격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일부 내부에서도 이 장관이 법률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안씨를 두둔하는 인상을 줘 국민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남식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방북과 북한 인사 접촉은 사안이 다른데다 안씨가 이종석 당시 장관에게 접촉을 예고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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