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전제 잘못됐어도 논리적이면 높은 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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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대가 지난달 실시한 통합논술 모의고사에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창조적으로 정리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논리적 근거 없이 단순한 주장을 펼치거나 문장 표현에만 신경을 쓴 답안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100점 만점에 인문사회계열은 평균 54.2점, 자연계열은 41.33점이었다.

서울대는 29일 이런 내용의 모의 논술고사 채점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대는 많은 응시자가 논제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논리적.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창의적인 주장을 전개하지 못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며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충실하다면 기본 전제가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논술에서는 논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실히 지키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주장을 펼쳐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대 측은 ▶글이 비논리적이거나▶추상적인 어휘 남발▶제시문의 내용과 관계없는 주장▶독창성이 없고 근거 제시가 미흡한 글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인문계열의 경우 '사회 구성원 간 대화를 통해 잘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상투적인 결론에 그친 답안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자연계 학생들도 과학적 추론을 통해 문제 해결 과정을 서술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문제가 어려웠다는 자연계열 학생 중 52.4%가 제시문 분석은 어렵지 않았으나 논제에 맞는 답안을 구성하기 힘들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자연계열 논술의 평가 기준은 ▶개념과 원리의 이해.분석.구성 능력▶통합적 추론 능력▶창의력▶의사소통 능력 등이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논리적인 문장과 함께 도표.모형.그림.수식을 적절히 섞어 쓰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는 2008학년도 정시 논술도 이번 모의고사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할 계획이다. 시험 시간은 5시간으로 모의 논술고사보다 1시간 늘고 인문계 3문제, 자연계 4문제가 출제된다. 자연계 '오픈북' 시험은 도입되지 않는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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