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임기 내 안 팔겠다" 노 대통령, 카타르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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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우리은행 민영화 문제와 관련, "(참여정부) 임기가 1년 남아 있는 동안은 안 팔겠다"며 "팔면 시끄럽고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할 만한 금융 기업이 누구냐가 걱정거리"라며 "국제 시장에 팔려면 법적으로, 개방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타르를 공식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귀국에 앞서 카타르 산업도시인 라스라판을 방문, 현지 한국인 근로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남북관계가 열리고 나면, 자고 나면 달라진다"며 "남북이 열리고 북한으로 철도와 고속전철을 놓고, 만주까지 쌩쌩 달려가는 시대를 만들자면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믿음직한 금융투자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부가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에 매각한 것과 관련, "제가 가급적 재벌에, 큰 기업에 주지 말고 작은 데 주라고 했는데 장관들이 갸우뚱하면서 '산업은행에서 하는 것에 정부가 너무 간섭하면 좋지 않다'고 해 그런가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게 해서 경쟁을 붙였는지, 지금 보니 돈을 너무 받은 것 같아 산업은행이 골머리를 쓰더라"며 "기업이 되게 해 주어야지 너무 받아서야 되겠느냐고 했더니 '시침 뚝 떼라' 했다"고 전했다. (편집자 주: 당시 대우건설 매각은 산업은행이 아니라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가 주관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일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하지 않는다"면서 "다 책임자들이 판단해서 하고,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대통령이 보고 한마디 의견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관계자는 "당시 자산관리공사는 공적 자금 회수 차원에서 대우건설 인수 기준을 뚜렷하게 제시했다"며 "우리는 기준에 맞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인수했다"고 말했다.

도하(카타르)=박승희 기자,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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