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20억 더 내놓고 과학 인재 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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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한 내용에 대해 보도한 것이었다. 과학 영재 발굴부터 교육-취업-연구-은퇴 등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다양하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세계 경쟁을 주도할 창조적인 과학기술인을 육성.활용하겠다는 계획과 요즈음 이공계 전공 학생들의 절망감을 풀어주겠다는 정부 의지를 이렇게 표현한 모양이다.

한 신문의 설문 조사에선 최고 명문 공대생 10명 중 6명이 "이공계가 사회적으로 폄하되고 있다"는 절망감을 갖고 있고, 이공계 새내기의 42% 이상이 의.치과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대책이 얼마나 약효 있을지 의문시하면서 기자들은 공약(空約)이 안 되길 바라는 마음도 기사화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기술 개발에 밤을 지새우고 있는 기존 연구원들의 연구 환경도 문제다. 더욱이 해마다 1만여 명 가까이 은퇴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의 잠재력이 사장되는 현실은 어떤가. 이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고작 20억원 정도 추가 배정하는 것을 가지고 "과학 인재…무덤까지 책임진다"고 일간지에 대서특필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자원이 별로 없는 이 나라 경제를 이만큼 일으킨 것이 과학기술 덕인데, 이를 뒷받침할 기술 인력 부족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위정자들이나 과학기술 원로들의 심경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눈곱만큼의 생색내기 예산 증액이 신기술 생존주기가 섬광같이 짧은, 역동적인 도약의 시대에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경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