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공화계 “반YS”급속연대/새국면 접어든 여 「대권」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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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만 공동대처”한목소리… 세대결 태세/노대통령 「순리론」직접 설득나설 계획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민자당대표를 차기대통령후보로 가시화조치키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정·공화계의 집단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대권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민정계의 박태준 최고위원,이종찬·박철언 의원과 공화계의 김종필 최고위원은 반YS(김대표)전선의 연대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청와대측은 이미 「가시화수순」을 밟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진전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노대통령이 합당정신에 따른 순리론쪽으로 결심을 하게된 이면에는 연말 각계 인사와의 여론수렴이 크게 고려됐다는 후문.
노대통령은 신현확 전총리·박준규 국회의장·김재순 전국회의장 등의 견해도 충분히 참작했던 것으로 분석.
노대통령은 이에 따라 세밑 30일 전후 김복동·금진호씨 등과 3자회동을 갖고 자문을 구했는데 금씨는 지지했으나 김시는 반대했다는 설. 이같은 상황을 금씨가 정초 김대표쪽에 전해 1일밤의 친인척모임에서 결심을 피력했다는 것으로 와전됐다는 것.
청와대측은 금명간 김종필·박태준 두최고위원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는등 민정·공화계의 설득에 나선다는 복안.
○…김·박 두 최고위원은 4일 오후 최영철 대통령정치특보와 면담,5일 저녁 정해창 비서실장과의 전화접촉을 각각 갖고 대통령결심설의 진의를 파악한데 이어 계파의원들과 별도면담을 갖는등 긴박한 움직임.
김·박 두최고위원은 특히 5일 저녁 시내 모처에서 장시간 회동,총선전 후보가시화는 어떤 형태든간에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김대표지명에 공동대처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김대표를 후보로 가시화하려는 청와대측과 민정계일부,민주계측과 반YS세력간의 세대결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
민정·공화계 수뇌들은 이날 저녁 비밀회동에서 총선전 후보가시화는 다가오는 14대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후보가시화에 따른 내부 반발등 후유증때문에 당의 결속과 단합을 도모할 수 없는만큼 반대한다는 입장을 노대통령에게 건의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
김·박 두최고위원은 정해창 비서실장·최영철 특보와의 접촉에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정실장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전례없는 격한 대화가 오갔다는 것.
김최고위원은 『부시 미대통령의 이한직후 노대통령이 두 최고위원과 면담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정실장의 통보에 대해 『대통령이 3당합당정신을 존중한다면 합당의 주역인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느냐』며 불복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또 박최고위원도 『민정계의원들의 반발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나는 모르겠으니 청와대에서 알아서 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거침없이 표출했다는 것.
김최고위원은 5일 낮 김용채 의원등 공화계의원 5명과 골프모임을 갖고 『총선전 후보가시화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결연한 입장을 거듭 표명. 박최고위원도 이종찬 의원 등과의 면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확인,공동대처한다는데 의견일치.
이에 따라 김최고위원은 6일 당사에 출근치 않은 채 사실상 당무거부자세를 보이고 있고 공화계 의원 30여명도 6일 낮 긴급 모임을 갖고 공화계의 집단의사표명을 논의하는 한편 총선전 가시화 불가의 확산여부를 결정짓기로 해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
○…박철언 의원은 6일 『여권대통령후보를 밀실흥정으로 국민앞에 내놓는다는 것은 반시대적·반민주적인 것』이라며 반YS연대를 천명.
박의원은 5일밤 양재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문제는 「민주주의 원칙」과 「당헌절차」에 따라 총선후 민주경선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순리이자 원칙이며 이것이 바로 6·29정신과 3당합당정신』이라고 설명.
노대통령 직계부대인 이춘구 의원도 『소위 대권문제는 변한게 없다』고 주장.
문제의 2일 저녁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이의원은 그자리에서 한 노대통령의 발언을 「YS지명」으로 해석하는 대세의 흐름에 대해 『아전인수…』라고 펄쩍.
이의원은 『노대통령이 한 말은 「역사와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할테니 따라 달라」는 것이었다』며 『그게 어떻게 김대표의 후보지명으로 바로 해석될 수 있느냐』고 반박.
○…「YS후보가시화」에 대해 가장 강도높게 반발하고 있는 이종찬 의원중심의 신정치그룹은 당무회의를 통한 공론화,투쟁선언 기자회견등 단계적인 투쟁전략을 마련중.
자유경선관철투쟁을 선언한 이의원은 주말에 김·박최고위원과 박철언 의원을 잇따라 만나 연대감을 확인.
이의원은 『두 최고위원은 총선전에 김대표후보가시화가 되면 강력히 대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고 소개.
이의원은 5일 저녁 김용환 의원을 만나 공화계와의 연대를 모색했으며 이종찬·오유방·심명보·장경우 의원등 신정치그룹은 6일 저녁 확대모임을 갖고 투쟁전략을 논의할 예정.
오의원은 『우선 당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할 계획』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적 자유경선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
○…김대표의 민주계측은 반YS반발 강도에 촉각.
김대표 본인은 여전히 함구로 일관하는 가운데 민주계측은 「총선전 후보가시화」의 수준을 임시전당대회 소집차원까지 끌어 올려야한다며 차제에 「완전 평정」을 위한 밀어붙이기 자세를 견지.
김대표는 일요일인 5일 서청원·서석재 의원의 방문을 받은데 이어 교회를 다녀온 뒤 이날 저녁 상도동 자택을 찾은 현철씨로부터 노­김담판대책 등에 관한 보고를 청취.
김대표의 한 측근은 『청와대측으로부터 진전된 제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인지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며 『대통령회견에서의 「언질」은 깨지기 쉬운 약속이므로 전당대회이외의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강경태세.
그러나 민주계 다수는 『이미 대통령의 마음이 김대표쪽으로 기울었다』는 「대세」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문일현·김진·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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