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소 이해방 박사(앞서 뛰는 사람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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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세힌 인공혈관 붙이는 당뇨병약/세계 첫 개발 집념 불탄다/「기본」연구는 끝나… 특허 출원/“생명 살리는 일”자부심/실험실 불 꺼질줄 몰라
한국화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이해방 박사(50)는 가정생활보다 일을 더 소중히 여기는,그래서 우리경제를 이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놓고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이를테면 「개미세대」의 한사람이다.
『화장실에 앉아있다가도 좋은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르면 실험실로 달려갑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수 없듯 과학자는 실험실을 떠나면 삶의 가치가 없어요.』
이박사가 「필생의 과제」로 삼아 씨름하고 있는 연구과제는 ▲직경 4㎜ 이하의 미세인공혈관 개발 ▲당뇨병등 질병을 주사맞지않고 파스처럼 붙여 치료하는 획기적 방법의 개발이다.
이 두 과제는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등 선진국에서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집중연구되고 있는 미개척 첨단과학기술분야다.
인공혈관의 경우 직경 7㎜이상의 굵은 것은 이미 폴리에스터 등으로 만들어져 미국등에서 교통사고·질병 등으로 대동맥등 굵은 핏줄이 망가진 환자들에게 이식돼 복음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모세혈관·정맥이 막히거나 망가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에게 적합한 가는 인공혈관은 아직까지 없어 세계의 과제가 되어있다.
이박사는 『우리 연구팀도 국책연구과제의 하나로 종전 제품보다 성능이 좋은 굵은 인공혈관을 개발,미국·일본에 특허를 신청해놓고 있다』며 『가는 인공혈관 분야는 선진국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출발선에 서있는만큼 노력하기에 따라 선진국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집안사정으로 상업학교를 마친뒤 화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때문에 동국대화학과에 들어간 그는 대학원에 적을 두고 첫 직장을 가톨릭의대 조교직으로 잡은 뒤부터 생체의료재료공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연구생활을 「활인」하는 의료분야에 몽땅 바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지난 68년 세계적인 인공심장연구센터가 있는 미국유타대에서 박사학위를 하면서부터.
다소 뒤늦게 화학연구의 재미에 눈뜬 그는 74년 박사학위를 딴뒤 노스캐롤라이나대·밀턴로이사·로드사·켄들사 등에서 치과·안과·정형외과등 의학재료 연구로 일관했으며 84년 귀국후에도 줄곧 한우물을 파고있다.
인공혈관에 못지않게 이박사와 그의 연구팀이 노력을 쏟고 있는 대상은 당뇨병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인슐린 피부전달시스팀」개발이다.
현재의 인슐린 주사는 당뇨병환자가 적당한 시간에 적당량의 인슐린을 핏속에 공급하는데 번거로움과 아픔을 주고 때로는 잦은 주사로 살갗에 피멍울을 생기게할 뿐아니라 병원균의 감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같은 큰 단점을 해결키 위해 이박사팀이 장기과제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붙이는 당뇨병약」이다. 89년부터 약 2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이미 기본적 원리는 확립됐으며 국내외에 5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당뇨병을 「피부전달시스팀」의 적용대상으로 삼았지만 붙이는 멀미약·파스와 같은 극히 「초보단계」에 그치지 않고 숱하게 많은 것들에 적용할 수 있다고 이해방 박사는 굳게 믿고있다.
『80년대 중반이후 특히 들뜬 사회분위기와 「편해보자」는 이기심,방만한 기관운영 등으로 우리연구기관과 과학자들이 자기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한 이박사는 『92년 새해에는 사회분위기가 일신돼 과학자는 연구에 전념하고 근로자는 생산에 몰두하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대덕=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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