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일부 과목 9등급 못 나눌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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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문여고 학생들이 14일 치러진 올해 첫 모의 수능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김형수 기자

11월 15일 치러지는 올해(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수험생 수능성적을 등급(1~9등급)만 제공한다. 따라서 등급.표준점수.석차 백분위를 제공했던 지난해와 달리 선택과목별 난이도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탐구영역의 과목별 점수 차가 들쭉날쭉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6일 이런 내용의 '2008학년도 수능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정강정 평가원장은 "변별력과 난이도 조절을 잘해도 일부 과목은 9등급으로 나누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목에 따라 만점자(1등급)가 많아 2등급이 나오지 않거나 중간 등급에 동점자가 많을 경우 그 다음 등급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능만으로 정시모집 인원의 절반을 뽑는 고려대.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수능 등급을 점수로 환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 "일부 과목 9등급 나누지 못할 수도"=등급은 영역별(또는 과목별) 성적이 상위 4% 이하면 1등급, 7% 이하면 2등급을 주는 식으로 매긴다. 정 원장은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은 9등급 산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탐구영역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회탐구 11개, 과학탐구 8개 선택과목의 경우 과목별 문항 수가 20개에 불과해 동점자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학년도에는 네 과목, 2006학년도에는 한 과목이 2등급이 없었다. 탐구영역의 선택과목별 난이도도 마찬가지였다. 2007학년도에도 사회탐구는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 차이가 14점(윤리 81점, 법과사회 67점), 과학탐구는 16점(과학탐구Ⅱ 83점, 지구과학 67점)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점수 없이 9등급화할 경우 응시자 수가 적은 과목은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진다. 수험생이 많이 몰린 과목은 유리해진다. 2007학년도 사회탐구에서 윤리와 사회.문화는 51~72%의 수험생이 응시했지만, 세계사.경제지리.국사는 11~22%에 불과했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문항별 변별력과 난이도 조정이 정밀해야 선택과목별 등급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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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권 경쟁 치열해질 듯"=2007학년도 만점자 비율은 언어 영역과 '수리 가(자연계)'형은 0.3%, '수리 나(인문계)'형과 외국어 영역은 각각 1.8%와 1%였다.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언어 영역이 어려웠던 2006학년도를 제외하고 매년 늘고 있다. 상위권이 두꺼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일부 대학이 정시에서 수능만으로 뽑는 경우가 많아 반수생(대학 다니다 재수)이나 재수생이 급증하는 추세여서 1등급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400여 명이었다.

◆ "영역별 출제 방향 지난해와 비슷"=언어영역은 2006학년도에 어렵게 출제됐다가 지난해 쉬운 쪽으로 조정됐다. 이런 경향은 2008학년도에도 반복될 전망이다. 사실적.추론적.비판적.창의적 사고 능력을 측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어휘와 어법도 낸다. 수리영역은 단순 암기나 복잡한 계산 위주의 문항보다는 계산.이해.추론.문제 해결 능력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출제한다. 단답형도 30% 포함된다. 외국어영역(영어)은 지난해처럼 의사소통 능력 측정 비중을 늘린다. 독해력을 보기 위해 다양한 길이의 지문을 제시한다.

사회탐구영역은 단원 간 통합문항 출제가 대세다. 교육과정 전 범위를 고르게 출제하되 교과서에 없는 시사적인 내용도 나온다. 과학탐구영역은 지난해처럼 과학 개념의 이해와 응용 관련 문항이 전체의 4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양영유 기자<yangyy@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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