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외국 어디서 얼마나 카드 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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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육은 호주에서 받고, 골프 치고 싶으면 일본으로 가고, 홍콩서 사 입은 옷 입고 중국 가서 수술받는 한국인들-.

중앙일보가 비자카드와 함께 지난 2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8개 국가(한국.일본.중국.호주.싱가포르.태국.홍콩.필리핀)의 해외 씀씀이를 분석한 결과다. 한국인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교육.의료.골프 등을 찾아 카드 소비를 늘린 반면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주로 면세품 쇼핑만 하고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 '질 좋은 상품.서비스 찾아 삼만리'=한국인의 사교육 열풍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인은 호주에서 교육 서비스에만 1273만 달러(약 119억원)를 카드로 썼다. 전년보다 4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영어를 쓰는 싱가포르와 필리핀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육받으러 갔다고 교육 관련 소비만 하는 게 아니다. 덩달아 다른 소비도 크게 늘어난다. 교육 수요가 몰린 호주에서 한국인들이 지난해 면세점에서 쓴 돈은 600만 달러 이상 늘었고, 싱가포르에선 1년 새 한국인의 카드 사용액이 72%나 급증했다.

의료 서비스도 한국인들을 해외로 내모는 것 중 하나였다. 2005년 전체 798만 달러였던 해외 의료 서비스 사용액은 지난해 2001만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2005년 130만 달러였던 중국에서의 의료 서비스 사용액이 1년 만에 838만 달러(약 79억원)로 다섯 배 넘게 늘어난 게 한몫했다. 이는 장기 이식을 위한 수술비와 한의원 이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에서도 의료 서비스 비용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엔저 여파로 일본에서의 씀씀이도 크게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1209만 달러(약 113억원)로 중국을 제치고 한국인의 골프 여행국 1위에 올랐다.

◆ 한국선 면세품 쇼핑만=외국인들의 주요 소비 품목은 그 나라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외국인들은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면 굳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의 교육 서비스가 외국인 구매 품목 1위(이하 호텔.현금 서비스 제외)를 차지하고, 일본은 백화점과 가전제품이 1.2위, 중국은 레스토랑과 공예품이 각각 1.2위에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은 어떨까. 2004년 이후 외국인이 숙박시설 이용료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쓴 곳은 면세점이었다. 외국 유명 브랜드 일색인 면세점밖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마땅히 돈을 쓸 곳이나 상품이 없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박사는 "최근 한국인의 해외 소비가 급증한 것은 교육.의료.골프 등 국내 상품.서비스의 비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며 "국내 상품.서비스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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