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판 삼국지 나왔다…'구라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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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성의 [구라삼국지] 발간을 기념하는 시사회가 열린 26일 오후 광화문 한 식당에서 방송인 전유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개그맨 전유성(58)이 4년 작업 끝에 '구라 삼국지'(소담출판사)를 펴냈다.

소감은 허무개그다. "원래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아는 책을 어떻게 쓸까 고민이 많았다. 4~5년에 걸친 출판사 사장의 권유에 얼떨결에 술김에 한다고 대답한 게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책 내용은 개그가 아니다. 정통 삼국지의 스토리에 현대의 에피소드와 인물들을 대비, 색다른 스타일로 꾸몄다. 특유의 풍자와 독설로 곳곳에 폭소 유발요소를 심었고, 웃으면서 처세술과 삶의 지혜 등을 배우도록 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상사의 마음을 잘 꿰뚫어 좋은 의견을 제시했는데 칭찬을 받거나 혹은 죽임을 당하는 것, 이런 경우에 윗 사람의 심리상태가 어떻길래 한 순간에 살고 죽느냐가 바뀌는지 궁금하더라. 잘 나가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도 PD가 바뀌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을 접목시키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집필하게 됐다. 책을 쓰다가 궁금한 것들은 심리학자에게 자문도 했다."

조조와 유비 이야기로 나뉘는 원작과 '구라 삼국지'는 다르다.

"원작의 깊이를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느냐. 그렇게까지 깊이 있게 다룰 수도 없다. 어떤 역적놈이 윗사람을 죽였을때 우리가 그 자리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되는 건지 조금은 엉뚱한 물음들에 대한 답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정작 정의롭게 입바른 소리를 해야되는 경우에도 그렇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목숨이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만약 목숨이 두 개라면 어디다 쓸 것인가 묻기도 한다. 여자에게, 혹은 친구에게 두 개의 목숨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들, 성질 급해서 다섯살 전에 다 써버릴지도 모르겠다."

책에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 "요즘 생활을 원작에 접목했을 뿐이다. 의도적으로 정치적인 부분을 넣지는 않았다. 연재하는 작가들은 때에 따라 정치풍자를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독자들에게 유효한 책이 되기 위해 그런 상황은 완전히 배제했다. 실제로 잘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구라 삼국지'는 전유성이 MBC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마친 후 4년 간 국내는 물론, 인도, 네팔, 중국, 미국 등 해외를 떠돌며 쓴 원고지 7000장 분량의 글을 모은 책이다.

원 삼국지에 현대 에피소드들을 적용, 새로운 각도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해석한다. 삽화, 작전도, 영웅들의 이력서와 명함 등 삽화도 흥미롭다. 1,2권이 나온 '구라 삼국지'는 향후 10권까지 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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