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농의 샘」 자연 거부한 인간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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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랑스영화『마농의 샘』이 호암아트홀 신정프로로 개봉된다.
『마농의 샘』은 91년 전미영화 비평가협회 작품상, 프랑스 시네마 아카데미 그랑프리, 그리고 세자르 남우상을 받은 영화다.
인기작가 마르셀 파뇰의 원작을 클로드 베리가 연출한 이 영화는 프랑스 상영 동안 1천3백만명이라는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한 대작이다.
또 얼마전 타계한 이브 몽탕의 유작이며, 제라르 드파르듀·다니엘 오티에, 에마뉘엘 베아르등 출연진과 브루노 뉴탱(『카미유 클로델』감독)촬영, 장 클로드 프티 음악등 프랑스의 일급 영화인들이 참여한 영화이기도 하다.
『마농의 샘』의 주체는「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이며 이를 「대자연의 순리」로 파악하고 있다.
권위있는 비평가 앙드레 바쟁이『농촌지역 플로방스의 한의 서사시』라고 평했듯이 영화는 자연과 인간간의 공생의 사슬을 인간이 끊을 때 뒤이어 그들에게 덮쳐오는 비극의 폭풍을 서사적으로 그렸다.
촌부의 샘에 대한 욕심 또는 작은 광기가 발단이 돼 한 가계가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는점에서『마농의 샘』은 운명에 의해 이용당하는 그리스 신화의 비극을 연상케한다.
자연을 담아내는 유려하나 단순한 화면구도, 소박한 대사등은 자신의 아들을 스스로 죽음에 몰아넣는 엄청난 비극도 대자연의 운명적 운행의 일부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베르디외 오페라『운명의 힘』을 주제곡으로 되풀이 사용하는 이 영화에 대해 영화평론가 김홍숙씨는 『진실은 밝혀지고 죄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만 된다는 진리를 부각시키지만 두 주인공의 죽음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대신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이 영화의 비극이 주는 역설적인 위안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마농을 사랑하는 역을 맡은 다니엘 오티에와 이브 몽탕의 연기 앙상블이 빛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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