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외국제품 넘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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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아이들과 물건을 사러 나가면 "엄마, 우리 국산품 써요"라고 할 때가 많습니다. 나라를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먹고 마시는 과자.음료수나 장난감.옷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원산지가 어디로 돼 있나요. 국산도 있겠지만 중국산이나 말레이시아산도 많을 겁니다.

세계 경제가 하나로 연결된 오늘날 무엇이 진짜 국산품인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알려진 국산 브랜드 제품이라도 원재료가 대부분 외국산이거나 작업의 절반 이상을 외국 공장에서 해냈다면 국산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유명 외국 브랜드 제품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 공장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면 국산품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국산과 외국산의 차이를 대형 할인점.백화점과 동네 수퍼의 차이로 설명해주면 어떨까요. 대형 할인점에 가면 물건값이 전체적으로 싼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물건도 많고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백화점은 물건값이 전체적으로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물건이 많이 있고요. 동네 수퍼는 품질이 좋거나 물건값이 싸지는 않지만 가까운 곳에 있어 편리하고 신선한 야채.과일을 구하기 좋지요.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동남아산 물건은 값이 싼 대신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선진국 제품은 값이 비싼 대신 디자인이나 품질이 괜찮은 편입니다. 국산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습관에 맞춰 만들어지기 때문에 값이 싸거나 품질이 뛰어나진 않아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소비자에게는 할인점.백화점.동네 수퍼가 모두 필요하듯이 국산과 외국산도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중요한 것은 원산지가 어디인가보다 어떤 물건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경쟁력이 있어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는 물건이 좋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많이 만들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배순영 소비자보호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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