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24시] 재능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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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학습지 업체인 재능교육 장중웅 사장은 지난달 말 '마라톤 여행'을 끝냈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전국 1백70여개의 학습지 판촉 거점을 하나도 빠짐없이 둘러 보았다. 일주일에 평균 두차례 이상씩 지방을 도는 강행군이었다.

지역 특성에 맞게 학습지 판촉과 예산집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자율 경영체제를 다지는 작업이었다.현장에서 뛰는 '학습지 교사'의 제안을 대폭 수용한 결과다. 사장이 직접 현장을 돌면서 재능교육 임직원들의 사기는 한껏 올라간 상태다.

재능교육이 실지 회복을 위해 운동화 끈을 바짝 졸라매고 있다.1999년 말의 파업 여파로 학습지 시장을 많이 뺏긴 재능은 내년엔 '학습지 빅3'업체로 다시 일어선다는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재능교육은 사장 직속으로 지난달 기업문화팀을 신설했다. 학부모 등 재능교육 회원을 상대로 한 교양강좌를 열고 다양한 봉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재능스스로연구소의 인력을 두배(40명)로 늘렸다. 국내 학습지 업체론 최대 규모의 인력이다. 이와는 별도로 학습지 교사를 과목별로 나눠 교육능력 인증제를 도입했다.

특히 창업주 박성훈 회장의 장남인 박종우 이사대우가 최근 6개월 동안 학습지 교사로 직접 뛰는 등 본사 팀장급 이상 간부 대부분이 현장 판촉에 투입돼 일선 교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장사장은 "학습지 시장의 성공 여부는 학습지 교사의 열정이 좌우한다"며 "본사 임원이나 간부들이 '내가 교사'라는 자세로 어린이나 학부모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독려하고 있다.

재능교육은 학습지 내수시장의 전열을 가다듬는 한편 해외시장 공략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92년 학습지 업체론 처음으로 미국 LA에 진출한 재능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만들었다. 조선족 동포를 겨냥해 옌지(延吉)와 선양(瀋陽)지역에서 터를 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한복판에 들어 간 것이다.

중국 교육당국 등 여러 곳에서 합작제의를 했지만 단독 출자했다. 재능은 1년 안에 중국지역에서 1만회원을 확보하면 중국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지역에서 활동하던 대그룹의 임원을 영입해 지사장으로 기용했다. 회사경영은 장사장이 총괄하지만 해외사업은 朴회장이 직접 챙긴다. 朴회장은 한달에 한 번 이상 중국과 미국 등지로 나간다. 재능은 미국.캐나다.호주 등지에 20여곳의 해외지사를 운영 중이다.

◇재능교육=朴회장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던 중 학습 능력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가르치는 학습지를 보고 77년 학습지 시장에 뛰어 들었다. 독자 개발한 학습지를 시장에 선보인 것은 재능이 처음이다.

朴회장은 암기식보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능의 올 예상매출액은 3천억원 규모다. 8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웅진과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재능스스로 방송,재능컴퓨터 등 9개의 관계사를 갖고 있다. 인천에 학교법인 재능대학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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