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어버스 구원투수로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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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넘치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유럽 4개국 합작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우선 국영 항공회사인 아에로플로트가 에어버스의 신형 여객기 A350 22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 항공기 제작사인 UAC는 A350 제작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에어버스가 A350 항공기 동체 일감 중 5%를 러시아의 UAC에 맡기기로 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럴 경우 에어버스는 신형 여객기 개발에 들어가는 개발비 부담을 덜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생산 과정에 참가함으로써 세계 항공기 제작시장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최근 초대형 항공기 A380의 생산 차질로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인 B787 드림라이너의 경쟁 기종인 A350의 개발을 서둘러 왔다. 그러나 A350 개발 자금은 당초 계획의 거의 두 배인 133억 달러(약 12조5000억원)로 불어나 에어버스에 큰 부담이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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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는 지난해 11월 말 A350의 개발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늘리려고 항공기 동체의 최대 50%를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와의 이번 계약이 첫 성공 사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소련 시절 군용기.여객기 시장에서 누렸던 지위를 되찾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려면 전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의 기술과 제품 개발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지난해 러시아 국영은행이 에어버스 모회사 EADS의 지분 5%를 사들인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FT는 이번 계약을 통해 러시아가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에 다시 진입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에어버스는 내친김에 중국과도 비슷한 계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계획이 성공하려면 노조 등 내부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에어버스는 지난달 앞으로 4년간 최대 1만 명을 감원하고 6개 공장을 폐쇄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노조는 물론 폐쇄 대상 공장이 있는 각국 정부도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A350은 모델에 따라 270~350명을 태울 수 있는 중형기지만 최대 항속거리가 1만5000㎞를 넘어 태평양 노선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다. 각종 신소재를 써서 무게를 줄이고 고효율 엔진을 장착,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가 30% 정도 덜 드는 게 특징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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