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약속」 동창회 기여를 기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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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2년 전기대학 학력고사에서 3백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1만명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례없는 예상속에서 대학가에는 예기치 않았던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득점 지원자를 유치하기 위해 등록금 면제와 장학금 지원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대학들이 재원을 감당치 못해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는 형편에까지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대학이 학생을 상대로 내건 약속이란 어떤 상황의 변화가 있다해도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합격자 발표를 마감한 몇몇 대학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단 한명의 수혜자가 없던 대학에서 1백90명의 장학금 수혜자가 생겨났는가 하면 3배 내지는 7배 이상이 늘고 있는 대학도 있다. 이런 현상은 여타 대학에서도 속속 이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해당 대학마다 장학금 추가소요액이 10억원에 이르게 되면서 이를 감당할 재원이 없다고 장학제도 자체를 무효화시킬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미 현재의 대학재정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고 획기적인 재정지원이나 제도의 개선없이는 그 위기를 타개할 능력이 없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출제경향 또한 사전 공식 예고없이 쉽게 나왔음도 뜻밖의 일임은 인정한다.
이런 모든 예상밖의 사태가 일어났다 해도 대학이 학생을 상대로 발표한 약속은 계속해서 지켜져야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대학 자체로 강구해야 하는 것이 대학의 기본자세여야 하는 것이다.
대학의 학생선발 요강발표에 명기된 장학금 약속은 주택업자가 아파트 분양광고를 내는 일과는 다른 차원의 약속이다. 주택업자도 분양공고와 다른 아파트를 지었을 때 형사·민사적 법률책임을 지게 되는데 하물며 지성과 양식의 교육현장인 대학이 재정문제를 내세워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그 약속이행을 거부한다면 거리의 행상보다 못한 양심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대학이 어떤 곤경에 처하더라도 이런 약속불이행을 저지르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다. 문제는 어려운 재정형편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킬 방법이 무엇이냐에 중지를 모으고 뜻을 함께하는 학부형·동창생,또는 산업체의 크고 작은 기여를 얼마나 합치느냐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문제가 쉬웠다 하더라도 3백점이상의 합격자라면 평균 88점 이상의 우수한 두뇌와 학력을 소유한 수재들이다. 이들 수재들이 대거 입학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학의 앞날은 고무적이고 대학을 이미 졸업한 동창회로서는 더더욱 반갑고 믿음직한 후배들인 것이다.
이들 후배를 위해 대학이 약속한 장학금을 동창회가 앞장서 모금하고 지원한다면 이는 곧 대학과 후배의 발전을 위해 더할나위 없는 봉사이고 기여가 아니겠는가.
장학금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창회 후원회가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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