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국교생 방화살인사건/경찰이 증언번복 강요/국교생 증인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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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누이 싸우는것 봤다”거짓 유도/불려갔던 노군 폭로 뒤늦게 드러나
서울 대흥동 국교생피살·방화사건을 수사하면서 뚜렷한 물증없이 국교4년생 오빠를 범인으로 단정,발표했던 경찰이 뒤늦게 친구인 10세된 증인을 일요일 낮 경찰서로 불러 증언내용을 강제로 번복시킨 사실이 밝혀져 말썽이 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사건당시 현장에 외부인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이 있었다』고 경찰수사결과와 다른 증언을 했던 노모군(10)이 23일 중앙일보기자에게 폭로함으로써 밝혀졌다.
노군은 경찰이 범인이라고 단정한 권모군(10)의 친구로 사건당일에도 권군과 함께 놀아 사건당시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증인이었다.
노군에 따르면 사건발생 48일만인 지난달 17일 정오쯤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 마포경찰서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며 『당시 숨진 미경양집 현관에서 가족신발을 보고 권군의 누나가 온 것으로 생각,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밖에서 5분여쯤 기다리다 불러도 대답이 없어 돌아갔었다』는 당초 진술내용을 1시간동안 반복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권군남매가 싸우는 장면을 봤지』라며 『거짓말 말라』『때리면서 해야겠다』는등 겁을 줘 『방안에 들어가 미경이가 오빠와 싸우는 것을 봤다』고 거짓증언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같은 진술번복과정만 비디오로 녹화하고 진술서를 만들어 『노군이 진술을 번복했다』고 발표한뒤 검찰 송치기록에 첨부 했으며 보도진앞에 노군을 공개하기에 앞서 『다른 얘기하면 이상하게 되니 똑같이 말하라』고 다짐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노군은 이날 어머니 김모씨와 함께 경찰에 출두했으나 진술번복의 압력을 받을 때 어머니는 밖에서 기다렸고 경찰관 한명만 조사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노군은 이에 앞서 사건발생직후 경찰에서 세차례,검찰에서 한차례 조사받았으나 진술 내용이 일관됐고 문제의 싸움장면 목격사실은 완강히 부인했었다.
경찰이 노군을 불러 조사한 지난달 17일은 대한변협이 검찰총장에게 『이사건 경찰수사에 의문점이 많으니 검찰이 재수사를 해달라』고 공한을 보내기 바로 전날로 경찰이 대한변협인권위의 조사활동·재수사촉구 사실을 알고 급하게 증거보강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찰의 증거보강 지시에 따라 노군을 불러 조사했으며 진술내용 번복을 강요한 적이 없고 1시간쯤 지난후 노군 스스로 털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구영 검찰총장은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엄정한 재수사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으나 10월21일 송치받은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두달이 넘도록 권·노군등 중요인물에 대한 소환조사도 하지 않는등 수사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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