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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명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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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명태는 고대로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애용해온 어류가운데 하나다.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담해 생선으로 찌거나 국을 끓여 먹어도 좋고,말린 북어는 방망이로 결을 죽인뒤 잘게 찢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거나 또는 무를 썰어넣어 국을 끓이면 그 담박한 맛이 그야말로 천하의 별미다. 그래서 북어국은 숙취한 다음날 해장국으로도 널리 애용된다.
명태가 이처럼 우리겨레의 식탁에서 사랑을 받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풍부한 단백질과 우수한 지방질 등 영양가가 뛰어난데도 있다.
옛날 함경도 삼수갑산의 두메산골 농민들은 갑자기 멀쩡한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 일손을 쉬는 겨울철에 가까운 어촌으로 내려가 명태를 실컷 먹는다. 그러면 거짓말같이 눈이 밝아진다. 명태의 간유때문이다.
조재삼의 『송남잡지』란 책에는 명태의 유래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조선조개국 2백50년께 함경도 관찰사로 부임한 민모라는 사람이 초도순시차 명천군에 들렀다. 그는 태가라는 어부의 집에서 요기를 했는데 그때 밥상에 오른 생선이 하도 맛이 있어 이름을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관찰사는 즉석에서 명천의 「명」자와 「태」씨 성을 따 「명태」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그 고사야 어떻든 명태의 이름은 여러가지다.
생명태는 생태·선태·명태어·강태·강태·간태·북어·춘태 등 19가지나 된다. 그리고 보존상태에 따라 말린 것은 북어 또는 건태,얼린 것은 동태다.
또 명태새끼는 왜태·애태·애기태라고 부르며 그것을 말린 것은 노가리라고 해서 술안주로 술상에 자주 오른다.
그러나 명태의 맛은 역시 바다에서 잡은 것을 얼리지 않고 그대로 먹는 맛이다. 바로 생태다.
그런데 그 생태값이 요즘은 금값이나 다름 없다. 웬만한 중치 한마리가 시장에서 1만2천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는 북양에서 잡히는 어종과 다르다는 설이 있다. 따라서 우리 입맛에 맞는 명태는 아무래도 북양에서 대량으로 잡아오는 그 동태맛이 아닌게 분명하다.
최근 함경도 명태가 반입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봄에 이어 두번째 들여오는 것이다. 북한산 명태가 우리 식탁에서 입맛을 돋워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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