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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 미국 최신 항공모함 레이건호 타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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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갑판에서 미 해군 병사들이 전투기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22일 부산에 입항했다. 레이건호는 25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과 독수리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를 처음 찾았다. 미국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딴 항모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과 낸시 여사를 담은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5000여 명이 승선한 항모에서 독방을 쓰는 사람은 테리 크래프트(대령) 함장과 찰스 마르톨리오(준장) 전단장뿐이다. 항모 전단은 레이건호에 1척의 순양함과 2척의 구축함 등으로 구성됐다.

영관급 장교들은 2명에서 수명씩 숙소를 같이 쓰고 일부 병사의 경우 운동장만 한 내무반에서 최대 200명이 함께 취침을 한다. 500여 명의 여성은 남성들과 분리된 별도의 구역에 마련된 숙소를 사용하고 있었다.

레이건호는 거대한 덩치만큼 거의 흔들림을 느낄 수 없었다. 최대 시속 55㎞로 질주해도 항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길이 333m의 비행갑판(flight deck) 아래 공간은 '미로' 그 자체였다. 혼자 화장실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고, 취재진을 안내하는 병사들조차 길을 헤매는 경우도 잦았다.

대형 격납고에서는 곧 항모에서 내려 부산과 서울 등을 돌아볼 병사들에게 "훈련 중이니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음주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는 당직 장교들의 모습도 보였다.

레이건호는 모항(母港)인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를 출항하면 보통 6개월 이상을 항해하기 때문에 장병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평균 나이가 21세인 장병들이 망망대해에서 무료함을 달래기에 충분할 정도로 소규모 영화관, 도서관, 인터넷 카페, 5개의 체육관 등이 산재해 있었다. 장교 식당은 티본스테이크와 대게 요리 등 웬만한 호텔 뷔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음식이 괜찮았다.

항모 내의 PX 등에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대신 해군카드로만 물건을 사거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레이건호에 탑재된 고성능 전투기 48대와 'EA-6 프라울러 전자전기' 'E-2 공중조기경보기' 등 함재기는 레이건호의 핵심 전투력이다. 작전명령이 내려지면 EA-6가 가장 먼저 출동해 강력한 전자파로 적 지역의 레이더 등을 교란시킨다. 그리고 전투기들이 날아가 정밀폭격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함재기 출격에 앞서 전투함에서 발사된 100발 이상의 토마호크가 적 지역의 핵심 군사시설을 정밀타격한다. 육군으로 따지면 1개 사단의 전투력 이상이다.

레이건호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지휘센터(CDC)의 모니터에는 출격한 함재기들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화면을 바꾸면 전 세계 항공기와 선박들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남해에서 지중해의 상황을 손바닥 보듯 한다. 인공위성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공중에서 작전 중인 전투기에 제공해 새로운 임무도 부여한다.

세계 최고의 항모인 레이건호에도 옥에 티가 있었다. 국내외 취재진을 태우고 레이건호를 이륙해 오산 공군기지로 향하던 C-2 미 해군 수송기 기체에 이상이 생겨 회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크래프트 함장은 "비행 도중 약간의 기계적 고장이 생겨 항모로 다시 기수를 돌리게 된 것"이라며 "비행에 문제가 생겨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레이건호=공동취재단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로널드 레이건호는=레이건호는 2003년에 취역해 미국이 운영 중인 9대의 니미츠급 항공모함 중 최신예다. 43억 달러를 들여 건조했다. 레이건호는 지난해 걸프만에 배치돼 약 3개월 동안 미군의 이라크전을 지원했다. 배를 수직으로 세우면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높이가 비슷한 330m다. 레이건호는 핵추진이어서 항모 분류기호 'CV(Carrier Vehicle)'에 원자력을 의미하는 'N(Nuclear)'을 더 붙여 'CVN'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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