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비방 UCC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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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 의원을 패러디한 동영상. (왼쪽부터) 무표정한 사람들이 조지 오웰의 소설 속 ‘빅 브러더’를 연상시키는 힐러리의 연설을 듣고 있다. 힐러리의 라이벌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상징하는 알파벳 ‘O’자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은 여성이 해머를 들고 나와 스크린을 박살낸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빅 브러더'로 패러디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유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이 힐러리의 최대 라이벌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측과 관련된 인물로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21일 문제의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필립 드 벨리스(33)라는 홍보 전략가로 밝혀졌다. 문제는 그가 오바마의 인터넷 사이트를 제작.관리해온 '블루 스테이트 디지털(BST)'사 직원이라는 점. 벨리스는 이날 AP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자신의 '작품'임을 시인하면서 "나는 오바마가 내년 1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힐러리를 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동영상은 나 혼자 일요일에 만든 것으로 회사나 오바마 측에선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1일 회사에서 해고됐다.

이와 관련, 오바마 측은 "우리는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자신들은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19일 CNN에 출연해 "솔직히 우리는 그런 영상을 만들 기술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벨리스와의 관계가 전혀 없다고 하기도 어정쩡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BST 공동 창업자 한 명이 선거본부의 뉴미디어 담당자로 일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바마 측을 더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오바마는 그간 흑색선전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공언한 바 있다.

오바마를 궁지에 몰아넣은 74초짜리 동영상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패러디한 것. 독재자 '빅 브러더스'를 연상시키는 힐러리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나오자 이를 표정없는 사람들이 멍하게 쳐다본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를 상징하는 알파벳 'O'자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은 여성이 해머를 스크린에 던져 박살 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1월 14일 민주당 프라이머리가 시작된다. 2008년이 왜 84년과 다른지 알게 될 것'이라는 자막이 흐른다. 이 자극적인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150만 명 이상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 힐러리 측은 오바마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있지만 불쾌한 표정이다. CNN은 이번 사건을 놓고 "몇몇 언론이 세상을 주도하던 시대는 가고 누구든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는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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