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쌀 카드' 꺼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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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바지에 미국이 '쌀 시장 개방'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26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리는 통상장관급 최종 협상에 막판 걸림돌이 돌출됐다.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22일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쌀 문제가 공식 논의되지는 않았으나,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이 협상 끝나기 전 '다음 주 양국 장관급 협상 대상에 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간 웬디 커틀러 한.미 FTA 수석대표가 "쌀도 언젠가 거론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쌀 시장 개방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한국의 쌀시장 개방 예외와 미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확대는 서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 차관보도 "쌀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우리 측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측은 26일부터 열릴 한.미 FTA 통상장관급 협상에서 남은 10대 핵심 쟁점들을 두고 본격적인 '끝장 협상'에 들어간다. 양측은 협상시한인 30일까지 쟁점 분야를 서로 연계해 빅딜 방식의 일괄 타결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 협상단 관계자는 "상당수 분야에서 물밑 작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한국은 배기량 기준으로 된 자동차 세제를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배기량 기준으로 5단계로 구분된 세제를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 대가로 미국은 자동차 시장 완전 개방(관세 철폐)을 해야 한다.

섬유 분야에서는 원사(原絲)의 원산지를 따져 섬유 제품의 원산지를 판정하는 미국의 '얀 포워드' 규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초점이다. 미국은 중국에서 원사를 수입해 만든 한국산 섬유는 얀 포워드 규정에 따라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와 섬유 수입 제품이 늘어날 경우 수입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를 맞바꿀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의 경우 우리 측이 주장하는 100여 개의 민감 품목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민감 품목'은 일정한 관세를 매겨 한정된 수량만 수입하는 관세할당량(TRQ) 제도를 적용하고 ▶'민감 품목'은 10년 이상에 걸쳐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고 ▶'저민감 품목'은 중기(5년 전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는 방식이다.

저작권.신약특허권 연장 등과 방송.통신사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 투자자-국가 소송 문제 등의 분야는 전체 패키지의 틀 속에서 '주고받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워싱턴=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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