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행동」으로 경제예측”/영 이코노미스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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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험통해 「무차별곡선」 입증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즘 경제학자들이 복잡한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타가 가득든 컴퓨터 앞에 앉아 방정식을 풀거나 머리를 싸매고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종일 쥐를 관찰하면서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적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엉뚱한 경제학자들도 생겨났다.
이른바 쥐 경제학(Ratonomics).
최근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적 권위의 경제학술지 Economic Journal 9월호에 실린 미국 경제학자 3명이 기고한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이 논문에서 검정한 것은 케인즈의 유명학 개념인 인간의 「동물적 속성」과 여기에서 도출되는 무차별곡선이 과연 사실인가 하는 점인데 이 개념은 미시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인간은 동물적 속성을 갖고 있어 주어진 상황에서 언제나 가장 큰 만족을 얻으려 하는데 이때 이들이 선택양식에서 무차별곡선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차별곡선은 이밖에 미래에 대한 위험과 기대수익률이라는 두 변수 사이에 어떻게 투자양식을 결정하는가 하는 등의 여러가지 경제법칙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틀이다.
그러면 이 무차별곡선이 경제학의 대전제로 삼아온 것처럼 음의 기울기를 갖는 볼록곡선인가 하는 것은 그동안 수학적으로는 증명되었지만 현실세계에도 과연 그대로 나타나는지의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쥐경제학자들은 쥐의 행동양식 연구를 통해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즉 지렛대 양쪽에 물컵을 놓고 목마른 쥐들을 풀어놓아 어떻게,또 얼마만큼의 물을 먹는가를 반복적으로 관찰한 결과 이들의 선택양식은 경제학의 전제처럼 정확히 t분포를 나타냈고 무차별곡선 또한 음의 기울기를 가진 볼록곡선임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경제학 실험을 할 경우 실험대상인 인간들이 이미 미래에 대한 결과를 짐작하거나 암묵적인 전제조건까지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바람에 실험결과의 오차가 큰 반면 자연그대로 동물적 속성을 가진 쥐의 행동을 실험하면 보다 손쉽고도 정확한 무차별곡선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아가 쥐경제학을 이용하면 앞으로 더 정확한 경제예측을 할 수 있고 또 경제학의 법칙들에 대한 검정도 보다 손쉬워질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학에 대한 색다르고 다양한 접근은 결국 현재의 경제학이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못내리고 있다는 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무차별곡선처럼 기본개념에 조차 새로운 검토가 나타나는 것은 경제학의 바탕을 튼튼히 다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만큼 현재 경제학이 처한 위기가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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