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꼼은 EBS-TV를 통해 먼저 소개됐다. 3분짜리로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다. 막무가내로 좌충우돌 모험을 일삼는 빼꼼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금세 화제가 됐다. 인기를 높아지면서 20여 개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1시간 16분짜리 장편이다. 임 감독은 "단편에선 빼꼼이 수시로 넘어지고 사고를 쳤지만 극장판에선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고려해 엽기성을 줄이고 순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4~6세, 미취학 아동이 타깃인 만큼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미리 만든 시험판을 갖고 유치원 등을 찾아 시연회를 했다. 아이들의 표정을 따로 카메라에 담으면서 어느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리는지 확인했다. 주인공이 넘어지더라도 돌부리에 걸렸을 때와 자기 다리에 걸렸을 때 반응이 달랐다. 소리를 질러도 짧게 지르느냐, 길게 지르느냐에 따라 표정 변화도 바뀌었다. 임 감독은 "유아 심리학 서적을 탐독하고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지만, 역시 직접 부딪쳐서 배운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제작 전 "미취학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미국 픽사에서 만든 '토이스토리''몬스터 주식회사'처럼 전 가족을 대상으로 해야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자본면에서 모두 후발 주자인 우리 입장에선 오히려 특화된 층만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게 임 감독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틈새시장 공략이 선진국과의 작품력 격차를 줄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다음 작품으로 여성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필규 기자<phil9@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