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만에 대가야 옷차림 재현 성공

중앙일보

입력

조우현(오른쪽) 교수와 권준희 박사가 작업 과정에서 만들었던 대가야 왕의 샘플 복식 앞에서 복원한 가야 왕 금관의 문양을 살피고 있다.


5~6세기 경북 고령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가야 사람들이 입었던 옷차림이 고증을 거쳐 1500년 만에 재현됐다.

성균관대 의상학과 조우현(53.사진 오른쪽)교수와 박윤미(50.문화재전문위원).권준희(38.사진 왼쪽) 박사 등은 고령군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6개월에 걸쳐 대가야의 왕과 왕비, 귀족.서민.기병.보병 등의 신분별 의상과 금관.곡옥 등 장신구를 재현했다. 고령군은 이들 옷을 '대가야 표준 복식'으로 채택해 다음달 6일부터 열리는 '대가야축제'때200여벌을 직접 입혀 행렬을 펼치고 공식 행사에 사용할 계획이다.

조우현 교수는 "가야가 고구려.신라보다 아래 쪽에 위치해서인지 옷의 품이 좀더 여유가 있고, 일반 백성의 저고리에 둥근 깃(團領)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재직부터 천연염색.전통손바느질까지 전 과정을 옛 방식 그대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대부분 시판용 옷감과 재봉틀 등으로 옛 복식이 복원돼 왔다고 한다.

고증은 칼.화살 등 대가야 유물에 붙어 있는 직물 파편과 고구려 고분 벽화, '삼국사신도'의 복장 모습, '일본서기'의 관련 내용 등이 바탕이 됐다. 대가야 만의 옷 형태 등 부족한 근거 자료는 논리적인 추정으로 뒷받침되고, 대가야 유물 등에 전하는 용.봉황.물결 문양 등은 복식의 무늬로 되살렸다. 소재는 왕과 귀족 옷은 견(絹), 서민은 삼베, 갑옷은 철, 금관은 금 도금 등을 사용해 제작비만 1억여원이 투입됐다.

권 박사는 "재정이 넉넉잖은 기초자치단체가 고대 복식 복원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며 "복식 재현이 조선시대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령=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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