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눈가림 발표”/서울/측정기 사실상 모두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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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개중 12개 “믿거나 말거나”/오염심한곳 고의방치 의혹
서울시·환경처가 서울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시내 대기오염 측정치가 사실과 다른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환경처는 서울시내 대기오염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모두 20개 지역에 대기오염 자동측정기를 설치해놓고 여기서 나타나는 수치를 종합,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올1월부터 10월까지 아황산가스등 측정대상 6개항목을 완벽하게 측정한 곳은 한군데도 없고 12개소는 10월 현재도 비정상으로 가동되고 있다.
게다가 광화학스모그를 일으키는 탄화수소(HC)의 경우 문래동·길음동·광화문등 오염정도가 심한 6개지역에서 측정기가 올 한햇동안 전혀 정상가동하지 못하는등 8개지역 측정기가 장기간 고장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심각한 오염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시가 3일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으로 이에 대해 서울시는 측정기가 수입품으로 워낙 예민해 작동고장이 잦은데다 즉시 수리가 어려워 완벽한 측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태=대기오염 측정항목은 아황산가스(SO2) 분진(TSP) 오존(O3) 이산화질소(NO2)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등 여섯가지다.
환경처가 관리하는 10개 측정소는 10월 현재 대치동이 아황산가스등 4개항목 측정이 안되고 있는 등 전부가 정상가동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리 10개 측정소는 7월부터 이상을 일으킨 반포동(일산화탄소)·잠실1동(이산화질소)등 두곳이 정상가동되지 않고있다.
지역별로는 대표적인 오염지역인 문래동이 탄화수소·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등 3개 항목 측정 결과가 시험가동중이라는 이유로 올들어 단 한차례도 발표되지 않아 가장 큰 의혹을 사고있다.
신림동은 오존·일산화탄소·탄화수소등 3개항목 측정기록이 전무했고 길음동은 올 한햇동안 탄화수소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분진측정도 9월부터 두달째 이뤄지지 않고있다.
항목별로는 탄화수소의 경우 올들어 20개측정소에서 한차례 이상씩 이상을 일으켰으며 현재도 8개 측정소에서는 정상측정되지 못하고 있어 가장 심각한 실정이다.
이산화질소 측정은 10개 측정소에서 이상을 나타냈고 현재도 5개 측정소에서는 측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문제점=대기오염측정소는 전국 28개도시 72개소에 설치,운영되고 있으나 일본(1천6백여개)등 외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고 설치원칙인 「오염이 심하거나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지키지 않은데다 잦은 고장까지 겹쳐 정확한 오염실태파악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에 측정기가 처음 도입된 것은 78년으로 89년까지 모두 20개가 들어와 설치,운영되고 있으나 상당수가 내구연한인 7년이 지나 고장빈도가 늘고있어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기오염자동측정기는 대기중의 공기를 24시간 펌프를 가동해 흡입,미세한 오염물질을 측정,컴퓨터로 수치가 표시되기 때문에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측정기를 미일등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즉시 고장 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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