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야기]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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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高)지혈증은 LDL 콜레스테롤치와 중성지방(TG)치는 높고, HDL 콜레스테롤치는 낮은 상태를 말한다. 이런 '고질적인' 병을 치료하는 데는 저지방식과 운동이 기본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뚜렷한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는 약이다.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복용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용한 약'이 스타틴이다. '아스피린' 이후 최고 신약으로 꼽히는 스타틴은 특정 약의 이름이 아니다. 아트로바스타틴.심바스타틴 등 성분명 끝에 스타틴이 붙은 약들의 총칭이다.

이들의 약효는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아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것이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치와 중성 지방치는 낮추고, 혈관 건강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치는 높여준다.

스타틴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다. 효과가 분명한데다 매일(어쩌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 약을 블록버스터로 급성장시켰다.

스타틴은 여러 제약사에서 제조되고 있다. 이 중 매출액 면에서 최강자는 화이자사의 '리피토'(성분명 아트로바스타틴)다. 이 약은 지난해 의약품 판매 세계 1위로 70여 국가에서 12억 달러(약 1조원)어치가 팔렸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판매액이 740억원(약품별 판매 순위 3위)에 달했다. 임상시험에선 10㎎(최소 용량) 짜리를 한 달 복용하면 LDL 콜레스테롤치가 38% 떨어지고, HDL 콜레스테롤치는 약간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리피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약은 아스트라제네카사가 만든 크레스토(성분명 로스바스타틴)다.크레스토 측이 먼저 "다른 스타틴은 동맥경화가 더 이상 진행만 되지 않게 하는 데 반해 크레스토는 동맥경화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리피토 측은 "리피토도 동맥의 플라크 부피를 5.9% 감소시켰다"고 반박했다. 이에 크레스토 측은 다시 "동맥의 플라크를 실제로 줄인 것은 우리 약뿐"이라고 되받는 등 논란이 진행 중이다.

스타틴은 모두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보통 하루 한 알 복용한다. 강동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한규록 교수는 "스타틴을 처방할 때는 LDL 콜레스테롤치를 기준으로 삼는다"며 "단순히 고혈압만 있는 환자에겐 LDL 콜레스테롤치가 160 이상일 경우, 당뇨병.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환자나 발생 위험이 있는 사람에겐 LDL 수치가 130만 넘어도 스타틴을 처방한다"고 처방 기준을 전했다.

한 알 가격(10㎎)이 리피토는 1241원, 크레스토는 1147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 고지혈증 환자가 스타틴을 복용한다면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따라서 환자 본인 부담액은 한 알에 300원대다.

스타틴의 최대 약점은 병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아그라처럼 효과는 복용할 때만 나타난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통증 정도의 가벼운 근육통. 간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스타틴 복용 전에 간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간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임산부.수유부도 삼가야 한다. 단 내성은 없다. 고용량을 복용하다가도 상태가 호전되면 용량을 줄일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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