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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문학|"깊이없이 말장난만 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우리의 포스트 모더니즘문학에 대한 문단의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출간된 주요 월간·계간문예지들은 91년도 문학활동전반을 정리하는 특징등을 통해 포스트 모더니즘이 특히 평단에 몰아치며 시·소설등 실제작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특집에 참여한 대부분의 문인들은 「역사적 허무주의」「대중 소비성과의 야합」「수없이 반복돼 이미 재도화된 전위」「끝없는 아류」등 하나같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미국 및 서구가 후기산업화시대로 집어든 60년대이후 문학·미술·무용·음악·연극·건축등 문화전반에 걸쳐 나타난 새로운 사조를 뭉뚱그린 개념. 크게「후기산업사회의 문학」로 분류되는 이 사조는 세계에 대한 객관적·체계적 이해나 전망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기초, 「탈중심」「탈이성」「상대성」「무질서」등을 지향하는게 특징이다.
8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도 서서히 소개되기 시작한 포스트 모더니즘은 90년대 들어오며 각종 문예지가 앞다퉈 소개, 비판하고 번역이론서나 연구단행본이 쏟아지며 그야말로 물밀듯이 밀려드는 추세다. 도저히 납득·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작품이나 행위를 보면 「포스트 모던하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일반화된 포스트 모더니즘을 이제 문단 자체에서 적극 비판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대문학」2월호에 실린 정담「91문학총평」에 참여한 문학평론가 이남호·이동하씨와 시인 박상천씨는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신적인 지주를 잃고 방황하는 대중적 소비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며 총체적으로 부패하고 있는데 포스트 모더니즘도 맞물려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남호씨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우리 문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 또는 새로운 문학사조로 전제한 논의는 모두 의심스럽다』며 『작품 창작이나 분석의 기법으로 원용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상천씨는 『일종의 좌절감 혹은 열패감을 논리를 빌려 합리화 내지 정당화시켜보려는 것이 문단현장에 일고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 바람』이라며 『포스트 모더니즘의 무분별한 도입 혹은 원용은 그 자체로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탈리성·탈중심에 입각, 기존의 것보다 새롭고 신기하면 시가 되고 소설이 된다는 젊은 문인들의 생각은 위험한 것이며 이제 청산돼야 할것으로 보았다.
한편 문학평론가 구모룡씨는 『포스트 모더니즘 논의에 있어 가장 문제되는 것은 이론의 현실과 삶과 문학의 현실사이의 괴리』라며 우리사회에서 근대성도 해명되지 않은채 근대를 뛰어넘어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탈근대성을 논의하는 것은 지적 유희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구씨는 『새로운 상품으로서 효과를 지니고 있음에는 틀림없지만 이에 편승한 문인들이 늘어나면 우리 문학은 유희의 극대화는 이를지언정 그 깊이는 잃을 것이다』며 올해 논쟁담지도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하일지씨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예로 들였다.
도정일씨(경희대영 문과교수)는 『문예중앙』겨울호에 실린 논문「이 시대에 전위예술은 가능한가」, 김진석씨(인하대철학과교수)는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실린 논문 「에피모더니즘으로서의 포스트 모더니즘」을 통해 전위예술을 내세우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아류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비판을 통해 90, 91년도 우려 문단을 강타한 듯한 포스트 모더니즘 논의와 작품은 실제로 큰 중요성을 지니지 못했으며 그 수용에 우리 학계와 문단 전반은 아직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문제는 아직 우리사회나 구체적 삶이 후기자본주의 문화를 논할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데 있다.<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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