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장이 "학교폭력 경찰에 신고하면 비겁한 학생"

중앙일보

입력

경남 진주의 한 중학교 교장이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학교폭력을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다.

관할 교육청은 발언의 경위와 진위 파악에 나섰다.

경남 진주시 모 중학교 K교장은 학교폭력추방의 날인 지난 12일 이 학교 강당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

전교생과 교직원이 모인 가운데 1시간10여분동안 열린 이날 대회에서 특별연설에 나선 K교장은 "만약에 학교폭력이 발생하더라도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선생님에게만 연락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면 반드시 검찰에 넘어가게 된다"며 학교 폭력 문제를 학교 내부에서 무마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2학년 A군은 "그날 교장선생님 말씀에 전체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했다"며 "학교폭력은 경찰에 구조요청하는 것이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아니냐"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교육부와 경찰에서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 전담 경찰관까지 배치하면서 가해 학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있는데 일선 교육의 수장이 이 문제를 쉬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K교장은 "친구들 사이의 단순 폭력은 우선적으로 학교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학생들이 사소한 문제로 걸핏하면 인터넷과 경찰에 신고를 하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지만 중대한 학교폭력은 경찰에 신고를 꼭 해야된다"고 해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좋지 않은 의도를 갖고 한 발언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지만 해당 학교에 담당 직원을 파견, 발언 경위를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진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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