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중재안 양측 득실 따져보니…이명박은 '규모'- 박근혜는 '시기'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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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시장(左)이 16일 강원도청을 방문해 김진선 지사와 악수하고 있다.[춘천=연합뉴스]

한나라당 대선 주자 세 명의 '경선 룰'을 둘러싼 샅바 싸움이 마무리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8월 21일(경선 시기)-20만 명(경선 참여 인원)'안(案)에 '오케이'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선택이 남았지만 대세는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으로 굳어지고 있다.

요약하면 이 전 시장이 경선 시기를, 박 전 대표가 경선 방식을 양보했다. 이 전 시장이나 그를 추격하는 박 전 대표 모두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받아들였다.

◆이명박 지지율 유지될까=이 전 시장은 그동안 '7월보다 늦은 경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이날 "당 지도부에 모든 결정을 일임하겠다"고 물러섰다. 그 배경은 뭘까. 그의 캠프에선 '이 전 시장의 결단'을 강조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20%포인트가량 앞선 이 전 시장은 속전속결을 원했다. 한 번 불어온 '대세론'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선 불참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이 전 시장을 압박한 손 전 지사가 '압박 변수'였다. 6월, 7월 경선을 고집하다 손 전 지사가 탈당이라도 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었다. 이 전 시장 측은 이날 "당의 화합을 위해 1위 후보인 이 전 시장이 양보했다"고 자평했다.

이 전 시장으로선 40%대 지지율을 8월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범여권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 충청.호남 등 서부 벨트에서의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당 안팎에서 불어닥칠 끊임없는 네거티브 공세를 버티면서 지지율 하락 폭을 최소화하는 게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표(左)가 양산 통도사를 방문해 신도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양산=오종택 기자]

◆한숨 돌린 박근혜=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힐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6월-4만 명'이란 원안을 고수했지만, 측근들은 경선 시기를 늦추는 데 관심이 더 많았다. 한 측근은 "경선 시기가 늦춰져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보다 당원.대의원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은 박 전 대표로선 경선 참여 인원을 늘려준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2년3개월간 당 대표로 일한 박 전 대표는 조직표에서 이 전 시장을 앞선다. 그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소수의 정예부대'로 경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경선 참여 인원이 많아질수록 조직표의 위력은 떨어진다.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박 전 대표로선 꺼림칙한 대목이다.

◆과거보다 늦어진 한나라당 경선=1997년 7월 21일, 2002년의 5월 10일과 비교할 때 한나라당 후보 경선 시기는 1~3개월 늦춰졌다.

'빨리 뽑아봐야 손해' '범여권의 후보가 뜰 때까지 경선을 미루자'는 당내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뜻대로 범여권의 시간표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범여권에서 그리는 후보 선출 시기는 대략 9월 초다. 열린우리당은 '5월 말까지 대통합신당 창당→준비기간→7~9월 중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한 후보 선출'을 희망한다. 천정배.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한 탈당파도 9월 초를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하거나 아예 무산되면 그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 후보는 경쟁 상대 없이 나 홀로 뛰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sswoo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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