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편 주는 대규모 집회 금지는 정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등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경찰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종관 부장판사)는 15일 청와대와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신고했다가 거부당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처분 취소소송에서 "경찰의 집회 금지는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신고한 집회는 참가 인원과 행사 내용 등으로 볼 때 주요 도로의 행인과 차량 소통에 심각한 불편을 줄 우려가 명백한 만큼 집회를 전부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집회를 금지한 이유로 집회 장소를 수만 명의 일반 시민이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집회 장소 중 하나인 경복궁역은 하루 평균 4만5000명, 경복궁에 하루 7000~8000명의 일반 시민과 관광객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범국본의 계획대로라면 집회 장소에 일시에 수만 명의 참가자가 모여 인도뿐 아니라 차도까지 점거하게 된다"며 "차도를 점거하지 않더라도 일반 시민이 그 일대를 통행하기 불가능하거나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범국본이 13건의 옥외집회를 따로 신고했지만 각 집회의 주최자와 일시.목적이 같은 점으로 미뤄 이를 하나로 봐야 하므로 이들이 일시에 집회를 연다면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평화적 집회는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선량한 일반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집회는 제한해야 한다"며 "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범국본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헌법 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유린당하고 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범국본은 지난해 7월 서울 경복궁역과 광화문 및 청와대 주변 인도에서 2000여 명이 모여 '인간 띠 잇기' 등을 하겠다는 집회 신고서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냈다가 거절당하자 이를 취소하라는 가처분신청과 소송을 냈다.

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