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인간의 가능성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파우스트』는 독일 최대의 문호·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쓴 2부작의 희곡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시절부터 학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늘 문학을 가까이 접했으며 한때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훌륭한 문학작품들을 썼다. 또 인생의 편력자였던 그는 당시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고전주의에 눈을 떴다.
타향인 바이마르의 궁정에서 생의 많은 부분을 보내며 수많은 고전을 쓴 괴테는 『파우스트』의 1부를 나이 이미 52세인 1808년에, 2부는 그보다 훨씬 뒤인 1832년에 완성했다.
이 작품은 그가 젊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평생 심혈을 기울여 구상했던 그의 대표작이며 독일 최대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비극 작품이다.
『파우스트』의 소재는 16세기에 영국에서 독일 민속문학으로 넘어와 이미 괴테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즉 파우스트는 중세 유럽 기독교에서 이단시 한 존재, 즉 지식만을 중시하여 신을 배반·모독하고 악마와 결탁하여 마법을 쓰다가 파멸하는 인간의 상징으로 대두되었다.
이는 중세 말기부터 범종교적·인식론적으로 발전해 가는 유럽의 시대상을 두려워한 기독교 교회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때 독일문학에서 종교적 전통과 반신비주의적 이성에 반항하고 나선 「질풍노도운동」의 선봉자였던 괴테는 이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즉 자기 감정을 중시하고 자유와 진리를 찾아 끊임없이 배회하는 존재로 보고거기에 새롭고 참신한 형태를 부여하고자 했다.
제1부의 줄거리를 보면 자신의 서재에서 마법연구에 몰두하던 파우스트 박사는 자연의 영을 마술로 불러내 그것을 통해 신의 절대적인 힘에 동참하려 하나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절망한다.
이때 악마 메피스토가 나타나 그를 순진무구한 처녀·그레트헨에게 인도한다. 파우스트는 그녀에게서 잃어버린 유년시절의 순수함을 발견하자 매혹되어 악마에게 그녀를 갖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악마의 간계에 의해 파우스트에게 유혹 당한 그녀는 가정을 파괴하고 결국 자신은 아기 살인모로 몰린다. 그러나 악마의 계략에 의해 죄악에 빠진 그레트헨은 사실은 무죄이고 악마도 이를 알고 있다.
그녀는 파멸 직전 신에게 자신의 구원을 맡기며 이에 악마는 무력해지고 만다.
제2부에서도 파우스트와 악마의 결탁은 계속된다. 여기서는 희랍신화의 인물들이 가면행렬에 상징적·조형적으로 등장한다.
파우스트는 인간의 순박함, 태초의 이상형을 희랍신화와 고전 속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믿고, 미의 상징인 헬레나를 마술로 불러내어 거기서 헬레니즘의 완성된 미와 진리를 찾으려고 하지만 이는 생명력이 없는 환영으로 끝나 버린다.
여기서 파우스트는 진리를 찾아 방랑과 편력을 계속하는 중세 북유럽의 게르만 정신을 상징한다. 헬레나와 파우스트와의 만남은 은유적으로 희랍세계와 게르만 세계의 만남, 즉 융합을 뜻한다.
악마의 유혹에 계속 끌려 다니던 파우스트는 마침내 지쳐 쓰러져 영혼을 악마에게 내줄 시점에 이르나 이때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그의 영혼을 천상으로 들어올리며 말한다.『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원하노라』고.
여기서 괴테는 기독교사상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지만, 인간과 신의 관계를 전통적 기독교관인 「순종」과「영원한 축복」의 개념 속에서 보려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과 신, 개인과 사회, 현대정신과 과거정신의 관계, 인간노력의 한계, 즉 인생의 모든 문제를 노력하는 인간의 구체적인 행위 속에서 이해하고 거기에서 구원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 파우스트라는 인물 속에서 진리·미·영원 같은 인간의·근원적인 문제들을 깊이 고민하고 추구하며 과거와 현재의 융합을 꾀하는 보편적인 인간을 창조해 내려고 했다.
이후로 파우스트는 독일정신사에서 부단히 추구하면서 노력하고 행동하는 자, 즉 게르만적 정신의「거인」으로 지위를 굳힌다.
특히 금세기초 독일의 역사 철학자 슈펭글러는 그의 유명한 저서 『서구의 몰락』에서 이 파우스트적 인물이야말로 서구의 역사를 완성하는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작품『파우스트』속에는 고대 희랍신화와 중세이후 독일의 종교적 배경이 깔려있어 좀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독일문화와 정신사를 이해하고 특히 문호 괴테의 심오한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꼭 한번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