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손든뒤 「지각공세」/국회 재무위서 오간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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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급선회 배후엔 정부와 「타협」없었나/질의/불공정 합병에 비과세 가능성 시사/답변
현대 세금파동을 다룬 21일 국회재무위는 현대측의 일방적 후퇴탓인지 몇가지 공방은 있었지만 정부측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일종의 「시위」하는 자리로 끝났다.
여야 의원들이 현대의 징세권 거부를 한 목소리로 성토하는 속에 야당측은 정치적 보복의혹,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부측이 일축해 설의 부각 자체로 그쳤다.
서영택 국세청장은 문제의 주식변칙이동에 대해 『현대측이 합법적이라고 하나 조세회피의 독특하고 새로운 「수법」을 개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서청장은 『그런 식의 변칙증여가 다른 재벌도 있는데 현대만 두들기는 것 아니냐』는 야당측 추궁에 『주식거래상 조세회피가 과거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주식이 자산가치가 된 80년대 후반부터 다양화됐다』고 현대의 「신종수법」임을 강조.
이번 세금전쟁의 핵심쟁점인 「공개전 주식의 싼값 양도」문제에 대해 시가평가기준을 강금식 의원(민주)이 따지자 서청장은 얘기가 안된다는 식으로 답변.
그는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정공 주식을 공개전 정몽구 회장에게 주당 6천5백원에 팔았는데 다른 불특정 제3자에겐 과연 그값으로 팔았겠느냐』고 저가양도임을 강조했다.
현대가 납세거부자세를 철회한데 대해 『청와대의 압력이나 타협이 있지 않았느냐』(강의원)는 질문에 이용만 재무장관은 『동기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현대의 독자판단임을 언급.
이장관은 1천3백61억원 추징세액중 9백11억원을 납부하고 4백50억원을 징수유예신청키로 한 현대의 결정에 대해 『희망사항인지 모르나 징수유예신청을 받은 바 없다』며 『신청해오면 다른 납세자와 마찬가지로 처리할 것』이라고만 언급.
이장관은 『일부만 납부해도 완납이 아니기 때문에 체납으로 간주된다』고 지적.
이날 회의는 현대의 갑작스런 방향선회로 「지각공세」가 된탓인지 이번 1천3백61억원의 추징세금과 별도로 관심을 끌어온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제철의 불공정합병에 대한 과세여부를 놓고 더많은 공방을 벌였다.
야당측은 『납세거부 포기대가로 이 합병에 대한 세금을 징수않겠다는 타협이 있지 않느냐』(임춘원 의원) 『86년 합병건을 90년말에 개정된 세법으로 다루는 것은 소급적용이 아니냐』(홍영기 의원)고 다른 각도에서 정치적 배경여부를 따졌다.
이장관은 『세금납부를 전제로 다른 과세에 관한 타협이 있을 수 없다』며 『아직 과세여부를 검토중』이라고 설명.
이 합병에 따라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가 챙긴 2천1백63억원의 자본이득에 대해 서청장은 ▲현대종합제철의 청산소득 ▲특수관계 주주사이에 이뤄진 의제증여과세 ▲자본주식의 소각으로 챙긴 이익의 과세가 적용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
그러나 『소급문제 때문에 청산소득 이외에는 과세가 어려우며 청산소득 문제도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고 해 볼공정합병건은 과세안하는 쪽으로 방향이 섰음을 시사.
강의원과 이경재 의원이 『정몽구 회장이 88년 6월 계열사 차입금으로 현대강관주식을 샀는데 이번 세금거부 직후 3년6개월만에 은행제재조치가 나온 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냐』고 캐묻자 황창기 은행감독원장은 『국세청 조사발표과정에서 알려져 사실확인에 따른 일상적 조치』라고 해명.
야당의원들이 한보와의 형평성을 추궁한데 대해 이장관은 『금년들어 세무조사를 통해 2백70억원을 과세했다』고 환기.
이날 김덕룡 의원(민자)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걱정도 있으나 잘못된 것을 바르게 시정하는 것과 경제위축은 별개문제』라고 분명한 대응을 촉구한데 비해 민주당의 허만기 의원은 『경제가 어려울 때 노루잡는데 대포쏘는 격』이라고 다른 시각.
특히 지난 10월초 서청장으로부터 현대세무조사 답변을 끌어낸 김의원은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핵심측근이란 점에서 그의 높은 발언수위가 관심을 끌었는데 현대와 김대표와의 「관계설」을 씻으려는 느낌을 주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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